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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un 10. 2024

삼다(三多)의 균형

 작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기성 작가도 일상 속에서 놓아서는 안될 것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먼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것을 글은 언급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시의 작법에 관련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책에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화장실에 가서도 시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말을 일화로 언급하고 있었다. 또한 "시 삼백 편을 쓰기 이전에는 시를 논하지 말라"라는 잘 알려진 말도 언급하고 있었다. 그 책에서 접한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형용사 하나를 찾아 날밤을 새워야 하는 시작의 고통도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이라는 말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이 모든 말들이 비단 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의 진정성과 관련, 모든 장르의 글에 적용이 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글이 쉽게 쓰져서는 안되리라는 자각과 함께 결벽에 가까운 자기반성이 작가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름 그런 생각으로 매일 쓰던 글을 주 2회로 줄였지만, 그렇다고 글이 질적으로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쉽게 쓰는 글에 대한 자각 이외에도 글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일상의 한계가 있었지만 정작 쓰는 글에 대한 갈증보다는 독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일상이 글쓰기에 집중할 여건이 안된다면 글감을 이틀 이상 붙들고 있어야 하니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 밖에.

 나는 현재 다섯 종류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시집 한 권과 소설책 한 권, 그리고 에세이집 한 권에다가 기독교 서적 한 권, 자연과학 서적 한 권 등 다섯 종류의 책을 손에 붙들고 있으니 계획대로 독서가 될 리가 만무하다. 그런 사정에도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이 줄을 서고 있으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답답하다. 내 책탐이 강한 까닭이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어떡할까, 일단 펼친 책은 서둘러 읽어야지. 그래서 지난 한 주간은 오로지 독서에만 집중했다.

 글을 매일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보다는 정기적인 글쓰기를 오래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읽기와 쓰기, 그리고 생각하기의 세 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출간 계획을 잡고 일정에 따르고 있다면 예외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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