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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ul 15. 2024

찰나에 돋는 소름


 쏟아지는 햇살이 도달하는

 무수한 찰나의 순간에 일상이 숨 쉬고 있다


 등짐을 짊어진 인부의 두 다리가 숨을 쉬고

 루주를 칠한 의 입술이 숨을 쉬고

 아기를 잉태한 자궁이 숨을 쉬고

 장례식장의 슬픔과 위로가 가쁜 숨을 몰아 쉰다


 소나기를 몰고 오는 바람이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이

 나뭇잎을 때리는 빗줄기가

 빗줄기에 기지개를 켜는 흙내음이 숨을 쉰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에 안심하고

 밤하늘 쓸쓸한 별빛에도 희망을 떠올리는

 조촐한 생활은 얼마나 평온한가

 행복이라고 믿는 일상의 평온은 영원한가


 믿을 때,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거나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 당한 것처럼

 예상 못한 불행과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찰나의 순간에 돋는 소름 같은 불행을


 달려오는 자동차에 생명이 튕겨 나간 퇴근길이나

 몰래 몸에서 영양을 취하고 자라는 암처럼

 평온한 일상을 예고 없이 파헤치고 난도질하는

 찰나에 돋는 소름 같은 일상도 있다


 이내 잊혀질 찰나의 순간에 잠시

 돋아나는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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