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5년 전,
20대 초반의 내가 PC방에서 알바를 했을 때
사장님이 모든 알바생한테 당부한 게 한 가지 있다.
'일하기 10분 전에 출근하기!'
나를 비롯한 알바생들은 돈으로 줄 것도 아니면서
왜 10분이나 일찍 오라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MZ 세대들처럼 따질 용기도 없던 우리는
뒤에서나 불평할뿐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내 군말 없이 10분 전에 출근을 했다.
당시에는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했다.
우선 구두를 신고 온 날은 PC방에서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슬리퍼로 갈아 신었고
오느라 힘들었으니 물도 한 모금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인수인계 할 알바생과 함께 내가 해야 할 일과 알아야 할 것들을
미리 체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10분은 훌쩍 지나가 있었고,
느긋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사장님은 단 한 번도 10분 일찍 출근하는 것에 대해
수당을 챙겨주시거나 수고했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최저시급보다 500원을 더 주었고,
당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스타벅스, 파스쿠찌같은 카페나 아웃백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자주 데려가 주셨다.
어쨌든 그때의 습관 덕분인지 나는 그 이후로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을 할 때 항상 10분 일찍 출근하는 버릇이 생겼다.
10분 일찍 도착하게끔 시간을 세팅하면 중간에 지하철이 늦게 와도
웬만해선 늦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사람인지라 가끔 늦을 때도 있었지만
평소에 일찍 오던 사람이 한두 번 늦는 것쯤은 다들 이해해주기 마련이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10분 일찍 다닐 예정이다.
하루에 10분만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좋아진다면
이것만큼 효율적인 일이 있을까?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알바생들에게 10분 일찍 오라고 해야지!' 생각하는 사장님이 계시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라떼는 10분 일찍 온다고 추가수당을 챙겨주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추가수당까지는 안주더라도
며칠에 한 번씩 기프티콘이나 맛있는 밥이라도 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