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윤서 Jan 13. 2021

우리 아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줄탁동시

   

 어머님의 깊은 한숨 쉬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자녀의 중학교 때까지의 학업능력을 보니, 공부 쪽으로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이지만, 대학까지는 보내야 할 것 같아서 궁여지책으로 특성화고 입학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특성화고 대학입시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국영수 과외, 소프트웨어 전공에 필요한 컴퓨터 학원까지 자녀교육에 관심이 굉장히 큰 학부모였다. 안타깝게도 현재 , 학생의 상태는 부모가 교육에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 괴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로드맵과 내적 동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는 병아리가 알을 까고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일컫는 말로, 안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쪼고 밖에서 어미닭이 쪼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부화가 가능하며,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병아리와 닭의 모습은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병아리는 스스로 배움을 위해 정진하는 아이의 모습, 어미 닭은 병아리의 신호를 잘 알아듣고 깨우침의 길을 열어주는 부모 또는 교사의 모습을 시사해 준다.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함께 알을 쪼는 타이밍이 절대적이다. 안과 밖에서 쪼는 타이밍을 맞추는 시기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부화에 실패하게 된다. 아무리 어미 닭이 껍질을 두드려 새 생명으로 불러주어도 응답의 과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아이들의 성향과 발달단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유행에 편승하여 부모나 성인의 관점에서 제공하는 학습위주의 무조건적 교육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요구되는 복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또한 어려서부터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지면 학습의 흥미와 자기 주도 학습능력이 저하되며, 특히 심한 경우 학습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나쳐 우울증이나 불안, 심리적 장애를 겪는 경우가 나타난다. 즉,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미닭은 안에서 병아리가 보내는 신호를 잘 듣고, 때를 놓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병아리 한 마리로 살아가기 위해 껍질을 깨는 수고가 있듯이, 기꺼이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지적 욕구를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기회의 창을 열어줘야 한다. 따라서 , 적절한 때와 시기에 맞춰 자녀들이 요구하는 그 시기에 기꺼이 응할 수 있는 부모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조급함이야말로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아이들에게 공부 이외 무엇이든 인내와 끈기를 갖길 바라면서, 정작 부모의 마음은 급하다.  엄마, 아빠로 아이를 마주한 그 신비로운 첫 순간을 잠시 잊은 건 아닐까?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 아이의 손짓, 발짓, 작은 미소에 행복해하던 그때, 성인 못지않은 신생아의 방귀소리에 깔깔대고 웃던 그 시절 말이다.


to. 엄마, 아빠

밤낮 바뀌어서 잠 한숨 제대로 못 자던 시절엔 '잘 자라 우리 아가' 자장가 불러주면서 그렇게 잠 좀 자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잠 좀 줄이고 공부 좀 하래. 근데 그거 알아요?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은 거!

하지만, 전 알아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엄마,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라 많이 힘드시죠?

갑자기 편지 쓰려니, 쑥스럽네요.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할, 많, 하, 않!

사랑은 느끼는 거니까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From. OOO

사진 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1년을 준비한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