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라는 이름의 블렌더
레트로 열풍의 원인이 현세대의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느정도는 맞는 얘기 같기도 하지만, 불안감 보다는 동경의 시선으로 이전 시대를 바라보는 일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냉장고에서 과거라는 재료를 꺼내 ‘미화’라는 이름의 블렌더로 갈아 그릇에 담으면 이전 시대에 대한 동경, 향수의 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지는건 아닐까?
불안이고 뭐고 가보진 않았지만 늘 그리워하던 과거로 단숨에 날 데려간 레트로팝 3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최근 이곡들을 듣는 순간 만큼은 찬란했고 영원했다.
1. Tokimeki Records - Sleep Party(feat.mindfreakkk)
2. D’allant - NEPTUNE
3. KIRINJI - killer tune kills me(feat.YonYon)
사람은 35세가 넘어가면 더이상 새로운 노래를 찾아듣지 않는다는 또 어떤 실험결과 어쩌구 정보글을 본적 있다. 그 순간 어찌나 두렵고 초조하던지.
찾아듣는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나만의 우주가 점점 작아져 결국 시대의 흐름 속에서 표류하는 삶은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님을 이 시리즈를 통해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곡 소개를 생략한 것은 곡을 소개해야만 하는 부담감과 강박에 지쳐 디깅&함께듣기 라는 즐거운 행위조차 유희가 아닌 ‘일’ 처럼 되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고 싶어서였다.
처음부터 가득가득 채우면 매번 그래야하니까. 지구력 부족한 내가 매번 가득 채우기에 진이 빠져 더이상 새로운 노래를 찾아듣지 않는… 그런 뻔한 패턴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어떤 날은 신나게 곡에 대한 소개로 채울지도 모르겠으나, 설명없이 공유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음악은 이글을 읽는 모두가 들어보고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휘발되어 사라지지 않고, 귀를 지나 뇌리에 남고 몸이 반응하는 음악들을 계속계속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시리즈의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