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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달 Apr 19. 2021

우리는 집으로 등교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돼. 세상에 단 하나뿐, 특별한 너.

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할 때, 책임을 지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타인이 아닌 내가 주체되어 자아형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오늘은 뭐할거야?



우리는 3달의 시간을 지내고 홈스쿨을 시작했다. 가장 좋았던 건, 아이들을 시간에 맞추어 억지로 깨우지 않아도 됐고, 싫다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부모와 함께 하고 싶은 것과 공부할 것을 담아 계획표를 세웠다. 아이는 어떤 공부를 언제, 얼마나 할지 계획을 세웠고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나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책가방을 매고 집으로 등교한다는 것뿐이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에게 “오늘은 뭐할 거야?” 하고 묻는 게 전부였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판단력이 어른 같지 않기에 의지가 약해져 있던 아이는 경직된 모습을 풀고 조금씩 시간의 주체가 되어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을 선택했다.


최대한 아이에게 간섭하지 않고, 영향을 주지 않으려 했다. 처음 몇 달간은 경직되어, 눈치를 보았다. 해도 될지 선택할 때마다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괜찮아. 틀려도 돼. 너는 무엇이 되고 싶은데?” 하고 물어 주었다. 아이는 질문에 단번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고, 자주 격려해 주며 곁에 머물러 주었다.



매일이 여행이에요.



아이와 1년의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많이 보냈던 시간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아이는 때마다 새 친구를 사귀었다. 즐겁게 어울려 보내고 헤어질 때 다시 또 만나자 라고 인사를 했다.


캠핑을 마치고 돌아가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내가 친구를 사귈 수 없을 줄 알았어. 그런 아이인 줄 알았거든, 학교에서는 공부만 했고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이 앉아 있으라고 해서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책을 읽었어. 그래서 나는 친구를 못 사귀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학교 생활에 대해 입을 닫았던 아이가 처음 꺼낸 학교 이야기다.


다시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언제든 학교에 돌아갈 수도 있고 언제든 다시 홈스쿨로 돌아올 수 있음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친구를 사귈 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1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아이는 긴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 보겠다고 했다. 대신 아이에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니던 학교가 아닌 새로운 학교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을 학교에서 만나면 무서울 것 같다는 아이의 마음을 설득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다. 우리는 아이 학교 전학을 위해 이사를 준비했고, 아이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학력고사 준비를 시작했다. 학력고사는 절차상 필요한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홈스쿨을 시작하던 때 엄마로서 내가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잘못되는 건 아닐지, 아이가 얼만 큼의 기간을 홈스쿨로 보내게 될지 계획되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눈곱을 달고 부스스해진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파에 걸터앉아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 걱정이 쏟아졌다. 주변의 시선, 수군거리는 소리, 걱정스러운 말투가 맴돌았고,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나는 교육전문가가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기에 시작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보낼 수 없었고, “꼭 가야 한다.”라고 설득할 명분이 없었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두려웠다. 


우리는 아이가 다시 밝게 미소 짓기를 원했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정해진 틀과 기준에 잘 맞추어 어른이 되기보다, 좀 더 행복하고 따스한 어른이 되었으면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세상에 단 하나 뿐, 특별한 너


홈스쿨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던 날, 아이가 웃으며 내게 안겼다. “엄마 홈스쿨 하게 해 줘서, 집에 있게 해 줘서 고마워.” 그동안의 모든 걱정을 위로로 바꾸어준 한 마디였다.


아이가 차분하게 자신의 삶의 리듬을 찾아가는데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1년 전 보다 성장해 있었고, 아무 일 없었던 아이들보다 더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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