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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달 Apr 26. 2021

꼭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요?

정답 없는 외로운 길.

엄마에게도 의무만큼이나 소중한 권리가 있습니다.



부모가 되기로 결정한 이후 많은 내적 갈등을 겪어야 했다.

주변에서는 '원래 그런 것'과 '원래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결혼과 출산은 행복한 일이고 너무 좋지만, 나를 비워낸 만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엄마로 태어난 적 없는, 아이의 출산과 동시에 처음 엄마가 되었던 내게 '엄마니까' 노력을 강요하는 부담스러운 관심 속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첫째 아이 5살, 둘째 아이 3살이 될 때까지 4년여를 혼자 키웠다. 그러다 보니 엄마라는 타이틀 아래 내 이름을 감추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바라보며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결혼 전에는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디자이너로 꽤 오랜 시간을 지냈다. 밤과 낮이 뭔지, 주중과 주말의 의미가 뭔지 구분할 수 없는 일상을 보냈다.


사랑하는 한 남자를 만났고, 나는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결혼을 했다. 나만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는 너와 하나의 존재가 되기로 했다. 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는 내게 큰 숙제였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하던 일을 접고 부모 교육을 위한 교사 교육을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출산 전 영유아를 가르쳤다.


아이의 발달과정을 알고 아이를 키웠으나, 엄마의 발달과정을 모르고 시간을 보낸 탓에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사랑이란 말을 급히 먹고 체한 것처럼, 삼켰던 마음을 토해내고 허기 가득한 마음을 채워야 했다.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였지만, 나 자신에게도 중요한 삶의 전환점을 맞이 했다.

수도 없이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나고, 타의로 하고 싶은 일을 멈춰야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불안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야 했다.


'원래 그렇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무책임한 말인지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무언가 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뒤돌아 보니 경단녀가 되어 있었다. 경단녀가 되어보니, 왜 아이를 낳기 버겁고 무서운지, 왜 결혼을 하기 힘들고 어렵게 느끼는지 느껴졌다.

해 보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것과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너무 많은 이야기들로 시작도 전에 이미 그 끝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지.


엄마라는 직업도 정답이 없었다. 학문적으로 배운 발달 과정과 아이의 기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다만, 발달의 과정을 모든 아이가 같은 시기에 거치지 않고, 기질 또한 미묘하게 다르고 범주 안에만 놓을 수 없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육아서를 읽었다. 육아서는 아주 조금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랑 혹은, 내 아이와는 다른 이야기일 뿐이었다. 육아서를 육아 에세이라고 명명하고 다른 엄마의 다른 삶을 이해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방법론을 적은 육아서는 아예 보지 않았다. 그걸 읽는 순간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묘하게 달라져 비교 아닌 비교를 했고,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었다.


육아서를 읽는 대신, 나의 육아서를 써 보기로 했다. 아이가 기관 생활을 시작하고 육아와 병행이 가능한 교육과 일을 조금씩 시작했다. 아동 미술, 아동 요리, 아동 퍼포먼스 미술, 심리 미술 상담, 하브루타, 학회 등 호기심이 생기는 교육들을 배웠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육아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과 아이를 위한 시간을 쪼개어 일과 배움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는 아이를 통해 배웠고, 배움을 통해 자신을 찾았다.

배운 것들을 가지고 내 아이와 시간을 보냈고, 내 아이와  보낸 시간이 경험이 되어 또 다른 일을 해 나갔다.


모두 나와 같은 결정을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버려질 것 같았던 나 경단녀 시기는 직업 엄마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나의 제2의 삶으로 이끌어 주었다.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했던 엄마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기까지 꼭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헤아림 없이 건넨 위로와 조언으로 힘들었다.


꼭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되세요' 말해주고 싶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상관없다. 모양과 상관없이 자신을 잃지 않는 정답 없는 나만의 길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가 되기로 결정하는 순간, 이미 대단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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