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인가”는 투자자의 질문이지, 창업자의 답이 아니다.
· “왜 지금인가”는 투자자의 질문이지, 창업자의 답이 아니다.
1️⃣ ❌ “왜 지금인가”는 틀린 질문이다
결론 부터 얘기하면, IR 에서 진짜 창업자가 대비해야 하는 질문의 답은 “지금 아니면 안 되는가”가 아니고, 언제든 내가 시작하면 지금이 된다는 관점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좀더 설명해보자.
웬만한 스타트업 파운더들이라면, 미국 투자자가 ‘Why now’ 라는 질문을 좋아한다고들 알고 있을테다. 하지만 이 논리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투자자의 의도를 살펴보자.
‘왜 지금인가’를 물어보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 지금이 어떤 상황이라는 (레드오션인지, 해당 고객군이 증가하는지 등등의) 투자자의 세계관에 모두의 동의를 전제시킨 상황이다. 고로 이 답변에 바로 대답하는 파운더는 지금이 이러이러한 상황이라는 투자자의 설득에 이미 지고 지나가는 판국인거다. 투자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도 전에, 첫 호흡에서 부터 이미 진거다. IR 테이블에서 투자자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
위 질문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세상의 흐름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기에 놀아나면 안된다. 투자자는 내심 창업자의 독특한 세계관에 관심있어 한다. 세상을 바꿔낼 유니콘적 사고방식이 어필되길 은근 바란다. 답안지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거다.
창업자의 세계는 거꾸로여야 한다. 내 아이템의 시장 타이밍은 맞추는 게 아니라, 네가 만드는 것이다. 창업자 너가. 투자자 나부랭이에게 뺃기지 말아라. ‘시장 타이밍’은 운처럼 그리고 수동적인 자세로 창업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되는 미끼프레임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창업자의 철학은 집요함의 총합이다. 규제가 열리길 기다린 사람보다, 규제를 뚫고 들어간 사람이 시장을 만든다는 걸 이미 다들 알고 있다. 아이폰의 앱스토어와 일론의 테슬라로 경험했고, Waymo를 타며 오늘도 경험하는 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팀들은 시장의 타이밍을 맞춘 게 아니라, 시장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그랬기에 시장을 만든거다.
시장 타이밍은 일시적이지만, 창업자의 타이밍은 축적되며 복리로 성장한다.
그 축적이 시장을 따라가는 대신, 시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2️⃣ 투자자의 “Why now?”에 대한 창업자 답변 방법.
A/ 시장 변화 대신 패턴의 변화를 말하라.
투자자는 이미 트렌드를 다 어느정도 알고 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낮은 화질로는 대략 맞을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는 은근, “파운더는 그 시장안에서 고군분투 하는 Bottom-up 전문가인데,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작도 남 달라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 관점에서 창업자의 입으로 “AI가 뜬다”, “리모트워크가 늘었다” 같은 말은 지식 복사의 설득 수준 정도도 아니라, 오히려 더 점수를 깎는 답변이다. 파운더여, 절대 이런식으로 답변하면 안 된다.
투자자를 가르쳐주듯 대신 이렇게 바꿔 말해 보자. “지난 6개월간 X가 변했고, 그로 인해 Y라는 행동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린 이 패턴 변화 속에서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팀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분야 중소 제조기업들이 2025년 하반기 부터 XX특정 모듈 검사의 자동화를 요구받기 시작했다. 우린 그 첫 번째 세대 고객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이러이러한 상황에도 맞물려있다”는 식으로 마크로한 트렌드 안에 정제된 데이터와 원인을 짚어주는 방식이다.
B/ ‘왜 지금 들어가는가’가 아니라 ‘왜 지금 버틸 수 있는가’를 말하라
투자자는 타이밍보다 사업적 그리고 기술적 해자가 발굴되는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 “우린 이미 이 타이밍을 몇 년 준비해왔고, 다른 팀이 들어올 때쯤엔 이미 product maturity (또는 data moat 관점)에서 6-12개월 앞서 있을 것이다.”는 식의 논리이다. 따라서, Why now 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우리 팀이 그간 쌓아온 강점과 세계관으로 풀어내면 좋다.
“Because we’ve been building for this moment.”
지금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맞는 시점이라는 메시지가 골조이다.
이런 형태의 답변은 자연스럽게 우리 팀의 내공에 대해 어필할수 있는 다음 주제의 대화로 이어진다.
C/ 외부보다 내부 확신으로 연결하라
투자자는 듣고 싶다. “당신은 왜 이 타이밍에 이 문제를 고집하는가?” 이렇게 우리에 대한 관점으로 설득하는 로직은 시장 데이터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이 문제는 내가 5년 전에도 겪었고, 3년 전엔 해결하려다 실패했고, 올해엔 기술과 네트워크가 모두 맞물려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비전문가, 비경력자의 창업자의 경우도 어필이 가능한데 이 경우,
D/ 화려한 이력 또는 숫자 없이도 ‘속도’를 보여주면 된다.
비경력자의 초기 창업자가 어필할수 있는건 Track record나 오랜 기간의 traction 보다는 velocity에 가깝다.
즉, “시장 타이밍을 인사이트로 캐치했다”가 아니라, 시장과 실시간 호흡하며, 마이크로한 시장 시그널과 타이밍에 따라 움직이는 역동적인 팀임을 어필하는 방식이다. “우리 팀은 2개월 전부터 A-B test를 시작했고, 고객 반응이 바뀔 때마다 그날 안에 피봇했으며, 그간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 입증해나가고 있습니다.” → 이런 방식의 논리는, 타이밍을 읽는 팀이 아니라 타이밍을 움직이는 팀이라는 기세를 빌딩하는 것으로 활용된다.
고로,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말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왜 나는 여기를 버티고 있는가”에 대한 논리로 한치도 흔들림없이 투자자에게 답하자.
좋은 창업자는 파도를 맞추지 않는다. 파도를 기다리는 동안 노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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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Financial District,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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