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게 매달 KPI 회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유.
· 투자자의 피드백을 가려서 들어야 하는 이유.
· 초기 스타트업에게 매달 KPI 회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유.
· 성장보다 중요한 성장의 정의.
많은 스타트업 파운더들이 성장과 성공을 논할 때, KPI나 North Star와 같은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곤 한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수치로 측정해 가면서 성과를 관리하는 게 당연해 보이기 때문인데, 나는 이것이 일부 착시라고 생각한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만을 예시로, 이는 시간을 분모로 두고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인데, '매출 X원'이라는 값(metric)을 언제까지 달성하겠다는, 즉 vector 형태로 가설화하는 식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스타트업의 목표설정은 '가능한한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빠르다’는 기준은 무엇이며, 왜 반드시 빨리 달성해야 하는걸까?
누가 빠른 성과를 원할까? 팀원들과 시장이 과연 빠른 성과를 원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투자자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팀이 빨리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투자자들은 펀드 만기 기간에 맞춰 스타트업의 EXIT을 도래시켜야 하기 때문에, 우리 팀이 될 수 있으면 빨리 성장하길 바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 성장의 속도와 방식, 그리고 모습은 파운더마다 다르며, 수치중심의 무리한 목표설정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1️⃣ 성장의 속도는 파운더의 철학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나는 초기 파운더가 무조건 빠른 성장을 목표로 삼는 것보다, 자신의 철학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Basecamp의 창업자 제이슨 프리드(Jason Fried)는 단기간 내 폭발적인 성장이 아닌, 꾸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20년 넘게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또한, Buffer 같은 회사도 빠른 외부 투자 유치보다는 천천히 자체 수익을 늘려가며 자율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런 경우들은 창업자들이 시간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사례들이다.
통계적으로 봐도 성장이 빠른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CB Insights의 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10년 이내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치게 빠른 성장에 따른 자본 부족과 리소스 소모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현 스타트업 문화는 무리한 burn으로 인한 실패 확률을 되레 높인다.
고로 모든 스타트업이 초고속 성장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2️⃣성장보다 중요한 건 팀의 건강이다.
파운더가 수치나 KPI에만 집착하다 보면 팀 내부의 문화와 합의가 인위적으로 손상되기 쉽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자산은 팀원들 간의 신뢰와 협력인데, 예를 들어, WeWork의 실패 사례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장 목표로 인해 팀 내부의 결속력이 무너지고, 경영진과 팀원 간의 불화가 생긴 대표적인 예다. WeWork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에 집중한 나머지 내부 팀의 안정성과 운영 구조를 놓쳤고, 그로 인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막대한 손실을 입게된다.
Slack이나 Atlassian 같은 회사들은 반대로 팀의 협력과 문화에 중점을 두면서도 성공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들 기업은 내부의 합의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다지며 차곡차곡 성장했다.
3️⃣시장은 여전히 유연하다.
시장은 때때로 빠른 성장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고객은 본인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해주고 해결해주느냐를 더 중요시 한다. 이런 관점이 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봇을 통해 성공하는 대부분의 현상을 설명한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Instagram은 처음에는 위치 기반 체크인 서비스인 Burbn으로 시작했지만,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사진 공유 서비스로 피봇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팀은 빠른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사용자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Dropbox의 사례도 좋은 예다. Dropbox는 초기에 구체적인 성장 목표보다는 사용자의 파일 공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열쇠라고 본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스타트업이 피봇(pivot)을 하는 경우 2.5배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하기보다는 문제에 깊이 파고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결론.
우리 팀 성장의 속도와 방향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나만의 속도와 방향이 존재한다. 투자자이지만, 나는 파운더가 남들의 속도에 흔들리지 말고, 특히 투자자나 외부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우리 팀에게 맞는 성장 방식을 찾아야만 지속 가능한, 우리만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인 우리에게 수치와 성장을 강조하고 회고하는 미팅보다,
먼저는 팀원이 아끼는 강아지, 가족과 배우자 이야기에
함께 진심어린 웃음과 눈물을 나눌 수 있는 끈끈한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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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Sunday Farmer's Market, Menl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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