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수술 수사를 생각하며

by 전환

요즘 검찰개혁이 세상의 최대 화두처럼 되면서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2월 검찰총장이 돼 2년 간의 임기를 채웠다.

그는 검찰 인맥의 양 대 축인 공안기획통 또는 특수통의 적자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김 전 총장이 취임 후 거듭 강조한 것은 외과수술식 수사였다.

환부만 정확히 봐서 그것만 칼로 도려내는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특정 부위에 문제가 있는 외과 환자가 아니라 모든 것이 문제인 말기 암환자인 듯 수사 대상을 대하고 개복 수술을 하면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환부가 아닌 곳까지 건드리고 부작용이 생기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사람 살리는 수사'라고 달리 표현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이 또 하나 강조한 것이 형사부 강화였다.

그래서 그는 부임하자마자 첫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 인사를 대부분 지방검찰청 형사부장 검사로 '하방'을 보냈다. 잘 나가던 검사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검찰의 중심은 형사부라는 소신을 가지고 인사를 밀어붙였다. 형사부는 직접 수사를 거의 하지 경찰 수사를 주로 지휘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어쩌면 조국 장관이 하려고 했던 일을 정권의 뒷받침만 있었다면 5년 이상 전에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소신을 가진 김 전 총장 재임기가 아주 좋게 평가받지만은 않는다. 그의 소신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등장하면서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수사 원칙이나 인사 원칙 모두 흔들렸다.


요즘 검찰을 보면서 김 전 총장을 또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외과수술식 수사와 반대되는 말은 저인망, 먼지떨이, 별건 수사 등이 있다.

최근에 검찰을 취재하지 않았지만, 검찰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 들어 과거로 돌아가고 과도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여럿 있었다.


전방위적인 수사를 하고, 인사에서도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있던 시절과 비슷하게 강력한 이너써클이 형성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견제의 움직임은 없었다. 청와대는 윤석열 지검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을 과도하게 신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암수술식 수사가 진행되는데 권력이 이를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적폐 수사가 주류였던 검찰 수사를 강하게 뒷받침해 줬다. 중앙지검의 특수부는 점차 확대됐고, 지방의 검사들도 마음껏 파견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과거 대검 중수부가 부럽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검찰 인사도 특정 인맥으로만 채워지고 있었다.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권이 있지만, 오히려 검찰의 입김이 인사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론에서 가끔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주류가 되진 못했다.


뒤늦게 뭔가 잘못됐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통해서였다. 검찰이 괴물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검찰도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나쁜 사람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괴물이란 말이 나왔던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맡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믿으면서 나타난 결과 같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던 사이에 사라졌던 것들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또 하나,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들은 점점 약해졌다. 검찰을 견제하던 다른 수사기관, 정보기관, 사법기관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영화 '1987'을 보면 검사보다 경찰이 더 힘 있는 존재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때는 정보기관과 경찰 등이 검찰을 압도했던 시대다. 그 때문에 정보기관과 경찰은 민주화 시대에 가장 개혁돼야 될 대상이 됐다. 그 사이에 검찰이 그 빈자리를 점점 채워 갔다. 어찌 보면 법치주의가 자리 잡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힘을 얻다 보니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들도 또 개혁 대상이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없애고, 직접 수사를 줄여 나가고 한다고 했다. 그런 말이 나온 지 벌써 20년 안팎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검찰은 절묘하게 위기를 잘 극복해 냈다. 검찰을 견제할 마땅한 기관이 없고, 역대 정권들이 검찰을 갈아엎기보다는 통치에 잘 활용해야 될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이 보인 모습에 대한 '취재기'가 아닌 '관찰기'다. 취재한 사람도 아닌데 이런 글을 쓸 자격을 생각해 봤지만, 때로는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멀리 있는 사람이 더 잘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를 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검찰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 검찰이 어떻게 더 강하게 거듭났는지 복기해 보면서 또 한 번의 '반동'은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