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던 일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 1년 차였던 2017년 11월 6일 변창훈 검사가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직 검사가 수사를 받는 흔치 않은 사건이었다. 변 검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당시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였다. 국정원장 법률보좌관 직책으로 검찰 내에서 하나의 출세 코스로 평가받는 공안통으로서 아주 좋은 자리 중의 하나다.
댓글 사건 당시 윤석열 팀장을 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이로니컬 하게도 남재준 국정원장을 보좌해 이를 최선두에서 방어하던 사람들도 검사였다. 보통 국정원에는 2명의 검사가 파견된다. 부장검사급인 법률보좌관이 변창훈 검사였고, 평검사급에서 이제영 검사가 파견돼 있었다.
댓글 사건 당시에는 검사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위해 감찰실장을 외부에서 뽑기로 했고, 현직 검사였던 장호중 검사가 선발됐다. 국정원 감찰실장은 내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당한 요직으로 평가된다.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들은 윤석열 팀장이 직무 배제되는 데 결정적인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팀장은 2013년 10월 국정원 직원들을 원장에게 통보하지 않고 체포해 국정원 직원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생겼고, 전격 직무 배제됐다. 윤석열 팀장은 자신을 팀장으로 임명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물러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다. 윤 팀장은 조 지검장을 설득하자 안 되자 윗선에 보고 없이 수사 확대를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전격 체포하게 된다. 윤 팀장은 이러한 사실을 2013년 국정감사장에 가서 모두 폭로하게 되면서 유명 인사가 된다.
윤 팀장의 직무배제로 국정원은 댓글 사건 수사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물론 2017년 정부가 바뀌자 사건의 양상은 완전히 다시 바뀌게 되긴 한다.) 국정원으로서는 파견 검사들의 적절한 사태 대응으로 '눈에 가시' 같았던 윤 팀장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후 다 알고 있는 대로 윤 팀장은 검찰의 대표적 한직으로 알려져 있는 고검 검사를 전전했고,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들은 잘 나갔다. 장호중 실장은 2015년 검찰로 복귀해 '검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첫 검찰 인사에서도 부산지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변창훈 검사는 공안 검사의 엘리트 코스 중 하나인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거쳐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가 된다. 이제영 검사는 국정원 근무를 마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사법재판소(ICC) 파견검사로 일하게 된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 장호중 검사장은 부산지검장으로 발령받고, 이제영 검사는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특수, 공안 담당)으로 발령을 받는다. 이때까지 이들은 청와대에서 소위 '찍힌 인사'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과거를 청와대나 법무부에서 몰랐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재준의 법률보좌관으로 이력이 확실했던 변창훈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고 한직인 고검 검사 발령을 받게 된다.
반전은 몇 개월 후에 생긴다. 2017년 10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다시 꾸려진 국정원 수사팀은 장 지검장 등 7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다. 현직 검사 신분이었던 장호중, 변창훈, 이제영은 모두 수사 대상이 됐다. 2013년 윤석열 지검장이 팀장이던 국정원 댓글 수사팀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때 댓글 작업을 한 심리전단 사무실이 아닌 가짜 사무실로 안내했다는 게 주된 혐의였다. 증거인멸교사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법 적용을 해 검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창훈 검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9년 7월 청문회에서 변 검사 관련 질문을 하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재수사 과정에서) 관련 진술이 나와 부득이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검 검사를 전전하다 정권 교체 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윤석열 검사는 과연 당시 자신의 수사를 방해했던 인물들에 대해 서운함이 없었을까? 그 서운함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윤 총장의 말을 믿어야 할 것이다.
몸을 던진 변창훈 검사를 제외한 장호중, 이제영 검사는 모두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또 현직 검사를 불구속 수사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장호중, 이제영 검사는 모두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정원을 상대로 한 수사가 전례가 없기 때문에 판사들도 매우 특수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해 법 적용을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유죄였고, 실형 선고였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검찰이 현직 검사 3명, 그것도 정권이 바뀌면서 '특수통'에 비해 비교도 안 되게 세가 줄어든 '공안기획통'으로 불리는 검사들의 영장을 모두 청구했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울 수없다. 최소한 누군가 최종 책임자가 있고, 그의 지시에 의해서 이뤄진 일이라면 구속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할 것이다. 정 죄가 있다면 법원의 최종 판단에 의해 형 집행을 하는 것이 우리 법의 정신이고 불구속 재판의 원칙일 것이다. 불구속 수사가 제 식구 감싸기일 수 있지만, 모조리 구속은 먼지떨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이 수사는 '사람 살리는' 수사가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