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아이들, 사회복지대상 아이들이 보이다.
우리 집 옆에는 큰 어린이공원이 있다. 아파트 아이들이건, 주택가 아이들이건 모두 모이는 동네 핫플레이스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신경 쓰며 보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추운 날에도 반팔을 입고 놀고 있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아이, 배가 고프다고 뭐 사달라는 아이, 늦은 밤까지 집에 가지 않고 놀이터에서 배회하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 중 한 명은 놀이터에서 매일 보다가 우리 아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려 놀게 된 남자아이인데, 늘 배가 고프다고 한다. 처음 몇 번은 우리 아이들과 같이 먹을 수 있게 간식을 사 주었다. 그런데 나를 볼 때마다 배가 고프다고 했다. 알고 보니 엄마가 외국인이고 아이 말을 빌리자면 엄마가 집에서 게임만 한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주지 말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같은 반이었던 한 여자아이가 있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왠지 조숙해 보였다. 어느 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방과후교실에 다니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하던 딸과 한동안 친하게 지냈다. 눈치가 꽤 빠른 딸이 말하길 OO 이는 아빠 얘기만 한다고 했다. 엄마가 바쁜가 보다 했다. 딸에게 비밀얘기를 해 준다면서 집안 사정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엄마는 멀리서 살고, 가끔 주말에 엄마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더 어린 남동생도 있다고 하던데 아이들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초대해서 딸하고 놀기도 하고, 주말에도 만나며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런데 딸은 엄마가 있는 우리 집에 그 친구를 데려오면 왠지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며 단둘 이만 놀았다.
연말쯤 그 아이가 이제 방과후교실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술학원에 다녀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삼둥이들이 자기를 왕따 시켜서 방과후교실에 다니지 않게 되었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온 딸아이는 너무 속상해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그랬는지 방과후교실 선생님에게도 물어보고,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꽤 억울한 상황인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말하고 다녔던 것일까? 너무 속상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와 거리를 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은 풀린 것 같아 보였지만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입장에서 본다면 그 아이는 정서적으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아빠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자격지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친구 때문에 맘 상할 일이 생기는 건 속상한 일이었다.
작년에 같은 반 남자아이 중에 모자가정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참 순수하고 착해 보였는데 문제는 그 아이가 충동적이고, 욕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였다. 동네 형들이랑 밤늦게까지 돌아다니고, 피시방도 같이 다닌다고 했다. 엄마가 바빠서 아이는 늦게까지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그 아이가 착해서 좋다고 했다. 엄마로서 이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 아이는 우리 아이들과 너무 놀고 싶어 했다. 다른 엄마들은 그 애가 너무 욕을 많이 하니깐 놀지 말라고 했다는데 나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른들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들이 그렇게 말하니 아이들이 그 아이를 왕따 시키며 잘 놀아주지 않으니 그 아이는 속상해서 또 욕을 하는 그런 악순환이 되었다. 참 고민이 된다. 내 아이만 바르게 잘 크면 되는 된다는 이기적인 어른들이 부끄러웠다.
내가 만약 사회복지사가 아니었다면 다른 엄마들처럼 그렇게 우리 아이들과 거리를 두게 했을까? 내 아이도 잘 키우고, 다른 자녀들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더 보듬어 줄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오늘도 엄마로서, 사회복지사로서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