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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부 Sep 26. 2020

정들었던 모빌 친구, 안녕!

육아 동반자였던 모빌을 떠나보내며

아이가 태어난 지 138일. 아이가 더 이상 모빌을 찾지 않아서 장난감 대여점에서 빌렸던 모빌을 오늘 다시 택배로 부쳤다.


나는 아이에게 모빌을 처음 틀어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신생아 때, 아이는 모빌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나는 태엽을 감아야 돌아가는 모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는 태엽을 감아줘도 시큰둥해했다. 아이 달라진 건 백일 전후다. 60일쯤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는 침대 위에 걸려있는 모빌을 신기한 듯 무한정 쳐다봤다.


나는 그때 아이의 똘똘한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별다른 육아템 없이, 오직 몸으로 깡으로 아이와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몸도 마음도 지칠 때쯤, 관심도 없어하던 모빌을 호기심 가득한 두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가 기특하고 신기했다.


아이가 모빌에 집중하자 내 두 손과 두 발이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태엽 모빌은 채 5분도 되지 않아 나를 다시 불러냈다. 태엽을 다시 감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주문한 모빌이 '타이니****'이다. 타이니****은 인터넷에서는 이미 너무 유명했고, 엄마들 사이에서 명성도 자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병 말기인 나는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사지 않았다. 워낙 블로거를 이용한 마케팅이 횡횡하는 시대니까. 하지만 나의 밑도 끝도 없었던 의심은 이내 후회로 돌아왔다. 태엽을 열심히 감아봤자 5분도 안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육아는 실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심병을 자책하며 뒤늦게나마 타이니****을 준비했다.

두 달간 정말 요긴하게 쓴 모빌! 사진=글쓴이


구매는 다소 비싸 대여를 했다. 대여비는 생각보다 저렴했다. 한 달에 만원 정도.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 모빌을 보지 않을 것 같아 두 달만 빌렸다. 대여비를 저렴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가심비 때문이다. 타이니****을 가심비로 따지 대여비 2만 원도 싼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난 타이니****은 신세계였다. 더 이상 태엽을 감지 않아도 됐다. 아이는 모빌만 틀어놓으면 기저귀를 갈거나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무한대로 놀았다. 이는 곧 나도 무한대로 자유로워진다는 뜻이었다. '국민 아이템'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후 나는 육아템 앞에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들은 의심하지 않고 구매하거나 빌리고 있다. (다음 아이템은 아기체육관이었다. 이 또한 왜 일찍 사지 않았나라는 후회를 했다. 아기체육관이나 타이니**** 둘 중에 하나는 신생아 때부터 일찍이 빌리거나 사시길 조심스럽게 추천드려본다.)


아이는 이제 자유자재로 뒤집으면서 더 이상 모빌을 보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있어야 보이는 모빌을 시시해하는 것 같다. 아이는 모빌을 틀어줘도 금방 다시 몸을 뒤집었다.


모빌은 장난감 대여점과 약속했던 두 달을 꽉 채우고 돌아갔다. 비록 새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고맙게도 모빌을 잘 가지고 놀아줬다. 그 덕분에 나는 출산 후 처음으로 스트레칭도 하고, 밥도 사람답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마음속 여유생겼다. 아이가 모빌을 보는 그 순간, 나는 엄마의 행복이 곧 아이의 행복이란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런 모빌을 떠나보내자니, 어찌 아이보다 내가 더 아쉬운 마음이다. 그래서 모빌에게 한 자 적는다.


모빌 친구에게. 나의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자유롭게 해 준 모빌 친구야. 너를 잊지 못할 것 같구나. 우리 아이가 너를 더 이상 찾지 않아 너를 다시 빌려온 곳으로 보낸다. 너는 나에게 정말 좋은 육아 동반자였다. 육아도 쉬울 수 있구나, 그리고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첫 육아템이었다. 두 달 동안 정말 너무나도 고마웠다. 다시 다른 사람에게 대여돼서 내가 느꼈던 행복을 나눠줄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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