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생 아이의 첫 월동준비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by 하부부

장마가 끝나고 갑자기 선선해진 바람에 깜짝 놀랐다. '벌써 가을이 왔구나' 싶어서다. 번뜩 '아이 입을 가을, 겨울 옷이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아이가 막 백일을 넘어 '이제 좀 키울만하네' 싶으니 가을이 왔다. 다시 이것저것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추위를 겪어본 적이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후텁지근한 날씨만 본 아이는 올해 처음으로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 귀뚜라미 우는 선선한 바람을 보고 느끼게 된다. 겨울에는 하얀 눈도 보겠지.


아이의 월동준비는 생각보다 할 게 많았다. 더욱이 겨울이 되면 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이 된다. 가만히 누워서 모빌만 틀어줘도 엄마를 보며 방끗방끗 웃던 아이가 이제는 뒤집기도 하고 배밀이도 한다. 겨울이 되면 허리 힘도 제법 세져서 점퍼루나 쏘서도 타고, 지금보다 더욱 움직이게 될 것이었다. 아이의 행동반경이 넓어져 집안 곳곳을 바꿔야 했다. 준비할게 하나둘씩 늘어나니 아이가 다시 신생아로 돌아간 듯했다.


당장 시급한 것은 가을, 겨울을 나기 위한 옷과 이불이었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아이 옷 매장에 갔다. 아이가 뱃속에 있었을 때, 백화점에 들러 배넷 슈트 두벌을 산거 빼고는 옷 매장에 가본 적이 없다. 우리 아이가 여름에 입은 옷들은 모두 선물이거나 물려받은 것이다.


매장에는 다양한 옷들이 있었다. 어른 못지않게 옷 종류가 많았다. 우주복, 쫄바지, 티셔츠, 니트, 카디건, 조끼 등. 색깔이 어찌 그렇게 예쁘던지. 남자아이인데도 노란색, 분홍색 등 형형색색의 밝은 옷들이 많았다.


그중에 내가 고른 옷은 공룡 우주복. 공룡 우주복을 골랐는데 옆에 있던 다른 우주복이 눈에 들어왔다. 베이지 색깔의 니트 같이 포근하게 보이는 옷. '이건 이번 추석 때 입히면 예쁘겠다' 싶었다.


하지만 고민이 됐다. 공룡 우주복에 조끼까지 이미 고른 터라, '어차피 아이는 빨리 커서 몇 번 입히지도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주저하지 말고 사라고 했다. 결국 실용보다는 예쁜 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 카드를 긁어버렸다. 시어머니가 쓰라고 주신 카드였다. 그날 나는 결국 아이 옷에만 13만 원을 썼다.


아이의 월동준비는 끝나지 않았다. 거실 매트, 아이 침대 등 아직 살 게 산더미다. 요즘 맨날 인터넷으로 아이 용품만 검색한다. 아이 물건을 하나둘씩 사다 보니, 부모님이 생각난다.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던 우리 부모님. 나는 올 겨울에 입을 맞는 옷이 하나 없지만, 우리 아이 올해 겨울 따뜻하게 입힐 생각에 돈 나가는지 모르고 이것저것 고르던 나의 모습이 우리 부모님과 겹쳐졌다. 나도 부모가 됐구나,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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