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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줴이 Feb 15. 2022

동물 사체신고는 120번

다산콜센터가 하는 일

강남에서 파주까지 주 1~2회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때가 있었다. 강변북로의 고질적인 차막힘 때문에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주로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오가는 도로에서 지속적으로 보게 된 것은 자동차에 치인 동물 사체였다. 꼭 하루에 한 번, 어느 날엔 하루에 세 번이나 발견하는 일도 있었다. 먼 거리를 왕복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로드킬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었고, 주로 외곽에서 빈번하다는 것이었다. 이 일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해당 지역번호+120번 다산콜센터에 신고하면 관할 지자체에서 동물 사체를 처리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눈에 보이는 족족 신고하기에 바빴고, 정보를 모를 때의 내가 무지하게 느껴져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신고를 반복하다 보니 동물 사체를 발견한 그 지점을 상담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어느 방향의 어디쯤이라고 말하게 되면 그 위치가 두루뭉술하기 때문에 사체 처리 담당자 입장에서도, 그 담당자에게 위치를 전달하는 상담원 입장에서도, 되도록 정확한 위치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동물 사체를 발견한 그 위치의 내비게이션 지도를 캡처해서 해당 도로명과 주변의 큰 건물명을 찾아내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상담원은 운전자에게 빠르게 지나쳐온 그 위치를 보다 명확하게(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요구했고, 동물 사체 수거 담당자가 위치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신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나중에는 신고에 이력이 생겨 그 누구라도 모를 수 없을 정도의 명확한 위치를 설명하는데도 대부분의 수거 담당자는 “거기가 어디라고요?” 라며 상담원에게 전달받은 게 없는 냥 내게 연락하기 바빴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의 공유 기능을 이용해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바로 콜센터로 연결하면 여러모로 위치 설명하느라 서로 피곤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공무원은 생각보다 부지런하지도 않고 이타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된다. 수많은 자동차 바퀴에 깔려 내장이 터지고 거죽이 너덜너덜해지다 못해  나중엔 도로 위에 무늬처럼 남아 있게   생명체를 위해 자처한 일이건만,  터지는 공무 시스템은 누군가의 선한 영향력을 앗아가 버렸다. 나는 이제 콜센터에 전화하지 않는다. 도로 위의 가여운 생명체들이여, 누구를 탓하리오.



* (cover image) © sardinien_blo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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