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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an 03. 2021

영화 #프록시마프로젝트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아름다운 배우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영화 속 어딘가에서 망가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다만, 그런 마음을 단지 질투 같은 감정의 분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대접이 그 수준에 머문다면 오로지 타협으로만 이루어진 결과물이 나오겠지.


저렇게 예쁜 배우가 위대한 일을 앞둔 슈퍼우먼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영화 속에서 결국 ‘엄마’니까 아파하고 상처를 내보일 거야. 난 이 소재를 읽고부터 엄청난 신파 기조로 영화의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이 이야기의 골격으로 그런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일단 표면적으로 이 이야기가 주인공을 다루는 태도를 본다면, ‘엄마’라는 소재로 연상되는 이야기가 캐릭터에 착 붙어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일단 이야기의 구조다. 생각 외로 많은 비중이 주인공의 우주 비행사 훈련과정에 배정되는데 그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도 과정일뿐더러 여성이기도 하고 또 프랑스 정도 되는 이름 있는 선진국도 우주과학계에서는 (미, 러 양대국이 아닌 이상)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부분이 주인공의 성취 자체를 응원하고픈 마음을 더하게 만든다.


그리고 고민하고 아파할지언정 결과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주인공의 궤적이 있다. 게다가 영화의 엔딩 후에 나오는 쿠키를 보라. 여기까지 본다면 우직한 태도로 여성 영웅을 이야기하는 뜻깊은 작품이다. 당연히 그런 의미로서도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영화가 주인공이 지닌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덮어두는 것은 아니다. 우주 이야기니까 비유하자면, 완전히 붙어있지는 않을지언정 주인공이 가진 인력으로 인해 공전하는 자아다. 거리를 두고 있을지언정 잊혀지거나 없어지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딸과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 딸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나서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은 모성에 대한 보편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소는 단지 주인공을 동정하게 만드는 타협의 산물일까? 내 의견을 말하라면,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목적과는 선을 긋고 연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쫀다’고 표현하는 관객을 눈물짓게 하는 양념 같은 부분 말이다. 눈물을 흘리며 ‘우리 딸 어쩌고’하는 대사를 팍팍치고… 이 영화에 그런 모습은 없다. 오랜만에 딸과의 만남을 가진 후 수영장 물속에서 찬 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러시아니까…) 둘이서 해가 질 때까지 말없이 꼭 끌어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보고 싶었네 어쩌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사랑과 애틋함이 차오른다.


아니 영화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관객이 찾아 얻어가게 만든다. 영화가 주인공과 딸을 다루는 태도에서 유지되는 이 공전의 거리감이 관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모녀의 관계를 살펴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클라이맥스의 유리창 신이 대표적인데 이건 일반적인(?) 신파 영화에서는 무조건 울어라고 만드는, 명백히 그런 구도다. 근데 이런 구도를 한 영화치고 요걸 영화 역사상 가장 안 슬픈 방향으로(?) 연출한다. 등장인물들의 눈물이나 슬픔에 대한 표현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근데도 난 이 장면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냥 이야기를 넘어  그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냥… 벅차올랐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주인공으로서 타협하지 않은 것이다. 관객에게 이해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다. 주인공이 마주한 사랑과 임무, 꿈 등등 공전하는 별들을 외면하지도, 편애하지도 않고 우주복을 입고 날아간다. 자기가 가진 에너지 그대로 방향을 찾아 우주로 향한다. 


그 거리감은 비단 모녀뿐 아니라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대놓고 싸우기도 하는 우주선 팀장과의 관계도 인물 간의 이야기에 천착하지 않게끔 영화 속에서 적절히 거리를 둔다. 그런 부분들이 주인공과 주변의 공기까지 존재감을 띄우는 어떤 중심성이라고 할까… (어휘 좀 배워 둘걸…) 느끼게 만든다.


오롯이 한 인간이 영웅으로 나아가는,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는 따뜻하고 숭고한 영화다. 아!! 이 대목까지 쓰고 나서 생각났는데 아우라다. 아우라. 영화 속 인물에게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영화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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