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영화 결말에 대한 암시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케첩 정도로 활용되고 실제로는 피 몇 방울에 소소한 (애초에 몸 바뀐 게 소소함 어쩌고 할 건 아니다만) 일상 물 + 몸 바뀜 코믹 비중이 높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초반부 흐름이 장난 아니다. 적어도 ‘공포로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싶은 프로 의식이 엿보인다.
그래도 진짜 무서워서 온몸을 떨게 만드는 부류는 아니다. 공포도 그렇지만 감동 쪽도 그렇다. 강인한 혹은 어여쁜 육체를 얻게 되더라도 결국 자기 몸이 좋은 것이다. 관객 각자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던! 그런 결말로 가지 않겠는가?
어느 정도 영화도 이야기를 정해놓고 이것저것 건드리면서 눈치껏 노는 분위기다. 그래도 보편적으로 먹힐만한 재주가 줄줄 나온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두 사람이 ‘넌 게이고 난 흑인이니 우린 무조건 죽겠다!’ 같은 메타 대사를 친다거나.
하지만 정작 본 줄거리를 보자면, 더 건질 수 있었는데 다 못 건지고 기본만 한 인상이다. 일단 전작인 ‘해피 데스 데이’처럼 일상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느끼게 되는 대비 감이 덜하다. (그러니까 매일 XX XX물에 비한다면 몸 바뀌는 것 정도야…) 인물들의 이야기도 전작에 비해 얄팍하다. 설정만 보면 생각나는 거기서 딱 멈추고 주변 캐릭터들 반응으로 메운다. 내용이 얄팍할 수는 있다. 근데 제목을 걸어놓고 껍데기만 이야기한다고 느껴진다면… 영화 자체가 좀 잔재주들로 시간 때우기 같다.
거기에 살생부의 구성에서마저도 매너리즘이 느껴진다. 가령 갑자기 비중을 차지하는 ‘뇌없근육바보’가 살인마 앞에서 설친다. 그러면 이 분은 조만간 어떻게 될까요?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슬래셔 무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확실히 공력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익숙한 맛과 색다른 자극은 통짜 옷이 아니다. 코디하기에 따라 둘 다 어우러 질 수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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