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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득찬 Feb 01. 2023

어쩌다가  먹고살 길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서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추천 1. 『걱정 마, 오리 인쇄소』



'나는 굶어 죽을지도 몰라.'

카테리나 사드,『걱정 마, 오리 인쇄소』, 신수진 옮김, 키다리(2021)


얼마 전,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오랜 시간 퇴사를 고민했고, 처음 해 보는 퇴사도 아니었기에

퇴사 후 먹고살 궁리를 하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았다.

아주 조금은 기대되기도 했다.


고민을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던 메마른 직장 생활을 벗어나면

보란 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도,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퇴사를 앞둔 도망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했던 것일까.

막상 퇴사를 하고 보니 이대로는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회사에서 끼니도 걸러 가며 일에 몰두할 때는 몰랐는데

온전한 하루의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고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오리처럼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무런 소득 없는 고민과 쉼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나와 달리

오리들은 똑똑하고 유쾌했다.

농장에 '짜잔' 하고 새 주인이 오길 마냥 기다리지 않았고,

하염없이 고민만 하며 굶어 죽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았다.

남들이 보면 허무맹랑해 보일 듯한 방법이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은 것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바쁜 움직임의 모습이 정답처럼 보이지 않음에도

계속되었고, 무엇보다 즐거워 보였다.



"우린 걱정 없이 잘 지냅니다.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먹고살 길을 찾았거든요."


마침내 오리들은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심지어 처음에 계획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먹고살 길을 찾는다.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먹고살 길을 찾았다니!

세상에 이것보다 부러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롯이 자신들의 힘으로 생존 방법을 터득한 오리들을 보고 있자니

고상하게 자아성찰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퇴사라는 찰나의 즐거움이 끝났다.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해결할 힘,

먹고 살 방법을 찾아 나설 의지가

나 자신에게도 아직 있다고 믿어 본다.

예측불허의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어도

'걱정 마!'를 외치는 오리들처럼.



막막하고 추운 겨울의 시간이 찾아왔다면

내 모습이 주인을 잃은 오리와 같다면

나도 오리들처럼 '어쩌다 보니' 먹고살 길을 찾고 싶다면

오리들의 유쾌한 생존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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