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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Nov 30. 2021

경력자는 신입을 잘 가르쳐야 한다.

신입만큼이나 고민이 큰 마케터 경력직이 갖추어야 할 자세


 지금까지 나의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일'이 끊임없었던 것 같다. 유명한 회사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브랜드에 있을 땐 '특정 업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내지는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나는 계속해서 일을 했고 또 하고 또 했다.

 업무량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는데 하루하루 쳐내는 것도 버거워질 무렵, 나는 나의 많은 업무량이 '대표님'의 지시 아래 '팀장님'과 '선배'가 나를 커버 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편한 대로 나를 사용하려는 '팀장'과 못한다, 안한다는 말이 없으니 그냥 시키는 '대표'만 있었을 뿐이었다.

 경력직으로 회사를 이직하며 다양한 팀장님과 대표님을 모셔본 결과,  업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실무를 줄여줄 부사수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대기업을 다니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작은 회사의 마케터라면 '모든지 다 하는' 직원이 되어야 한다. 유관부서가 많은 만큼, 영업 지원도 디자인도 심지어 홈페이지 운영 관리도 모두 다 케어해야 하는 마케터가 각광받는 요즈음, 까딱 잘못하단 '잡무처리'만 하는 마케터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그게 다음 회사를 위해 도움이 되곤 하지만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기를 원하는 마케터들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하는 선택이라고 난 충고하곤 한다.


 지난 글에서 나는 신입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챙길 수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신입의 고충이 '커리어'라면 경력직의 고충은 커리어는 물론 내가 관리해야 할 '인력 (=신입) '이다. 슬슬 부사수가 생기는데 이 부사수를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들과 어떻게 업무 분배를 할 것인지, 그리고 이 신입을 어떻게 무럭무럭 자라나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기. 그렇다면 신입을 어떻게 키우는 게 중요할까.




너무나도 다른 직원 둘과 협업하며 깨달은 것


 마케팅을 하면서 지금까지 2명의 부사수를 만났다. 한 명은 지난 글에도 소개했듯 지금도 유명한 인플루언서고 한 명은 회사생활을 해본 2년 차 신입. 사실 내 입장에서 그 둘은 정말 '극과 극'. 마케터로서의 소양은 갖추었지만 둘은 잘하는 게 너무나도 다른 사원이었다.


 전자는 인플루언서기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따른 콘텐츠 발행, PR 등에 정말 특화되었던 직원이었고 후자는 누구보다도 데이터를 정리하고 가공하는 데 있어 일가견이 있는 직원이었다. 그 둘을 직접 가르치고 피드백을 주며 느낀 건, 결국 경력직은 자신의 밑에 있는 부사수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에 탁월한지를 파악한 후 업무를 배분하고, 그 업무의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인플루언서인 내 전 부사수는 확연히 PR과 스타 마케팅만 진행할 수 있도록 서포트했다.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직접 협찬품을 관리하고 PR 대행사 직원과 소통하다 보니 그 부분에 재미를 느끼고 점점 더 성장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 덕분에 약 500만 원에서 1천만 원가량하는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 비용도 협찬을 통해 상당수 절감할 수 있었고 그녀 역시도 브랜드 모델은 물론, 일본 잡지까지 출연하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녀가 인플루언서로서 노력한 바도 굉장히 컸지만 그녀가 그녀의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가르침(?) 아래 그녀가 패션 PR 업무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 또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난 판단한다.


 후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내가 처음 회사를 입사했을 때 그는 단순히 콘텐츠 마케터로서 콘텐츠만을 발행하던 직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단순히 내 경력으로 콘텐츠 발행만을 도와주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그의 집요한 무언가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무의식 중에 엑셀 시트를 만들고 분석하는 것은 분명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거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로우데이터와 DASHBOARD 시트를 가공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회사에 부족한 데이터 시트를 가공하고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그와 공유하며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데이터 관리와 광고 매체 관리, 광고 데이터 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팀장님을 설득하고 서포트했다. 그 결과, 그는 지금 나를 뛰어넘어 매출과 광고 효율 등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마케터로 회사 내 R&R이 명확해지게 되었다.

  이 둘을 서포트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뭐냐고? 결론적으로 나는 내 업무를 더욱 집중할 수 있음은 물론, 내 퍼포먼스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전자의 그녀를 키운 덕에 나는 회사의 중요 프로모션을 관리하고 퍼포먼스 데이터들을 디벨롭할 수 있었음은 물론, 콘텐츠 기획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후자의 경우, 내가 원하던 회사의 브랜딩 강화와 유지보수 등을 힘쓸 수 있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업무에 집중하며 WIN-WIN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흔히들 많은 경력직들, 특히 마케터들은 자기 자신이 가진 정보를 잘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그러기에 경력직인 들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신입 마케터에게 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경력직 마케터에게 큰 독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이 전부는 아니기에, 결국 내가 신입에게 가르쳐준 것 이상으로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크기 때문이다.

 전자의 그녀 덕분에 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인 나 자신의 지식 이상으로 인플루언서 시장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고 후자의 그 덕분에 내가 가지지 못한 데이터 소팅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상호 공유하며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력직이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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