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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Dec 28. 2021

팀장이여,  자신의 부족함을 '짬'때리지 말라.


 '팀장'이란 직급을 단지 1달.

 1달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고 많은 일이 있었다. 5년 차가 돼도 늘 새로운 것들을 겪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팀장직이라는 것은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위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단언컨대 팀장이란 직급이 주는 '권위' 느끼기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1달이 아니었나 싶다. 하긴, 마케팅만 챙기면 되는  디자인과 경영지원까지 챙겨야 하는  위치가 마냥 편하지 만은 않았던   컸던 것도 있다. 각각 다른 성격과 파트의 사원 4명을 챙기는 .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부담으로 나가 왔던 12월이 아니었나 싶다.






팀장이 되고 나서 깨달았던 한 가지 : 내가 일이 많았던 이유



 사원/대리 때도 바빴지만, 팀장이 돼도 바쁜 건 여전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내가 예전에 모시던 팀장과는 다른 모습이긴 했다. 실무와 인력관리, 두 가지를 모두 이행해야 하는 팀장. '팀장은 실무를 하지 말고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가 팀장의 업무라는 것을 귀 아프게 듣긴 했지만 요새 와서 느끼는 건 그게 꼭 정답이지만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팀장이 되기 전,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사실이 있었다. 회사생활 내내 나는 그동안 내 업무 이상의 것들을 수행하는 게 '특기'였다. html과 css를 '야매'로 배워가며 홈페이지 운영도 했었고, 졸지에 유튜브 영상도 제작했어야 했고, 라이브 방송도 했어야 했으며 인스타그램 피드 이미지를 디자이너 대신 만들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팀장이 되고 나니 그게 얼마나 그들의 '짬'처리에서 비롯된 결과였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팀장은 '팀'을 이끄는 리더이자 팀을 관리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컨펌해준 결과물을 가지고 상사와 끊임없는 대립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제시하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물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직원을 독려하고 때로는 쥐어 짜야한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팀원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챙겨주면서 자신의 실무를 줄여주는 팀장을 원할 것이다. 먼저 걸어온 선배의 '업무적'인 피드백과 자신의 커리어 로드를 설계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실무를 함께 나누어할 줄 아는 팀장. 나는 그게 팀장이 해야 할 진짜 '일'이며 이들보다 월급을 더 받는 이유이며 팀원이 역량 부족으로, 때로는 업무의 과중으로 힘들어할 때 그것을 캐치하고 내가 할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팀장. 그게 정말 팀원들이 필요로 하는 팀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업무 짬 때리기, 그리고 책임전가


 팀장급이 되면 실무를 놓고 인력관리를 하고 조금 더 편한 자리에 앉아 관리하며 쉽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고 많이들 생각할 것이다. 나라고 그런 생각을 안 가져본게 아니다.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업무를 '짬' 때리면 당장의 내가 편하다는 그 '유혹'의 순간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더라. 그때마다 나는 '안 돼, 정신 차려.'를 속으로 외치며 내가 하겠다 한 업무는 내가 끝까지 마무리하며 한 달을 버텼다. 하물며, 지금 마케팅 외에 디자인과 경영지원까지 동시에 컨펌 또는 실무를 처리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나 편하자고 업무를 짬 때리면 결국 타 팀원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내 4년 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배웠는데 이제 와서 그런 행동을 보여주는 건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과 똑같이 되는 것 같아 그것만큼은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업무 '짬'때리기 만큼 또 오는 유혹은 '책임전가'였다. 제대로 된, 확실한 피드백도 내주지 않은 채 추상적인 피드백으로 컨펌해주고 윗 상사에서 오는 질타는 결국 직원에게 책임 전가하는 행위를 정말 많이 겪어본 나조차 나 살자고, 나 편하자고 '책임전가'하라는 유혹의 손짓도 많이 오곤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팀장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였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끼고 현재도 지양하는 바이다.


 이 두 가지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내 옆과 앞, 뒤에 있는 팀원들을 바라본다. 순간 내 사회 초년 시절이 갑자기 스치기 시작했다. 나 혼자, 그것도 팀장의 지시로 타 팀 팀장에게 굽신거리며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버티던 그 시간들. 그것은 분명 힘든 것을 넘어 외롭기까지 한 시간이었다. 난 분명 팀에 속해 있는데 왜 나는 혼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하나. 분명 나 때문에 팀장님 또한 많이 혼났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내 업무의 문제점에 대해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나의 커리어를 위해 꼰대가 아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많이 남는다. 그러기에 적어도 내 밑에 있는 이들에게만큼은 그런 상처, 그런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으리라고, 더욱 내가 더 내 줏대를 가지고 팀원들의 고충과 어려움, 처우개선을 위해 힘쓰자고, 그것이 좋은 팀장의 본보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팀장들이여, 자신의 부족함을 '짬' 때리지 마라


 팀장이 되면 팀장직으로 밖에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인력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실무'를 놓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관리와 컨펌만 하는 커리어로 끝을 내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도태되는 것은 '나 자신'일뿐이다. 하물며 변화무쌍한 '마케팅'의 세계 안에서 배움이 없으면 결국 흔히 보는 '자리만' 채우고 나를 괴롭히는 '팀장'이라는 미래만 남을 뿐이라고, 난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업무를 짬 때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결국 편하자고 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 '부족함'에서 비롯된다고, 그 부족함을 내가 무조건 맞다는 '권위'로, 내가 너보다 '경력'이 많다고 누르기 때문에 팀원들이 힘들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장도 부족하면 배워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배움으로 자신을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오는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확실한 피드백과 확실한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팀장에서 멈추지 말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그래야 팀이 발전을 하고, 팀원이 발전을 하고, 결국 한 때는 '직원'이었던 팀장도 성장한다는 것을 난 이제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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