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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위 May 23. 2023

꿈은 아들 거고 엄마는 응원만 할게

뭐가 되지 않아도 좋아. 그냥 이대로여도 좋아.

"엄마, 엄마가 가가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정말 좋을 거 같아."

"와~ 세계적으로? 엄마도 그러면 정말 좋겠다."

"근데 엄마, 이런 말은 내가 엄마를 사랑해서 해주는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 주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

"풋..  그래. 알지. 고마워. 근데 아들! 엄마가 유명한 작가가 못돼상관없는 거지? 실망하는  아니지?"

"응, 엄마는 그냥 지금 이대로여도 좋아."

"엄마도 그래,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아. 지금 이대로면 충분해. 건강하기만 하면 돼."

"먹자싸지??"

"응? 뭐라고? 아... 맞아. 먹고 자고 싸고가 세상에서 제일로 중요하지. 그럼, 그럼."



아들과의 잠자리 대화는 언제나 내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끔씩 생각지도 못했던 말로 나를 울리고 웃기는 아들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거창한 기대를 품곤 한다. 커서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은밀히 꿈꾸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도 부모에게 기대를 품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러듯 아이도 부모의 삶에 대를 다. 우리 아들은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를, 그것도 아주 유명해지기를 꿈꾸고 있다.


왠지  그 기대가 부담스럽기도 다. 아이를 실망시킬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도 렇게 아들에게 부담을 주겠지? 하고 역지사지해 본다. 하지만 아들이 덧붙인 말 한마디에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림과 동시에 아들의 응원이 지닌 순수함에 놀라고 만다. 나를 사랑해서 해주는 응원인 거니 다른 사람들이 혹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란다. 꿈은 응원해 주 혹시나 내가 상심할까 봐 예방주사까지 놔주는 아들, 역시 어른인 나보다 낫다.


누군가의 꿈은 그저 응원해 주는 것이다. 그 꿈에 대해 나의 지분은 별로 없다. 그것이 자식이든 부모든 남편이든 간에. 우리는 자칫 가족의 꿈을 나의 꿈으로 착각하곤 한다. 나의 기대하는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엔 욕심이 가득 들어차 있을 때가 많다. 좀 더 순수하게 가족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는  없을까?


아이는 지금 이대로의 나로도 충분하다 한다. 그나마 남아있던 부담감마저 사라지게 해주는 든든한 말이다. 하지만 나도 아이에게 정말로 그러한가? 마음속으로는 아들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기대하면서 겉으로만 앵무새처럼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면에 숨어 있는 욕심을 알아챈 아들은 때때로 부담감에 숨이 막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들이 내게 하듯 욕심도 기대도 다 뺀 수한 마음으로 아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싶다. 나의 응원이 곧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말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만 꿈을 꾸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마도 아빠도 작든 크든 꿈을 품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다. 부모도 아이도 꿈에 있어서는 동등한 위치에 있을 뿐이다.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끊임없이 같이 성장해 가는 것이다.


아직도 아이에게 나의 꿈을 고백하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아이에게만 꿈이 뭔지를 묻고 꿈을 향해 노력하라고 강요하고 있는가? 가족은 꿈을 꾸는 공동체이자 각자의 나아갈 길을 힘차게 응원해 주는 든든한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든 아들의 작은 등을 바라보면 아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기나긴 인생길의 고단함이 벌써부터 안쓰럽다. 하지만 나는 다짐한다. 아들이 꿈을 향해 가는 길 위에 성급히 징검다리를 놓아주거나 위험하다며 뒷덜미를 잡아채, 어리석은 엄마만은 되지 말자고!!  꿈은 아들 거고 엄마는 응원만 할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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