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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ria Lee Jul 22. 2022

리플리 시리즈

파트리샤 하이스미스

한때 우리나라에서 방영되었던 "미스 리플리" 라는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당시 "리플리 증후군" 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보았던 것 같다. "미스 리플리"는 주인공 이다해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신분 상승을 거듭하다가 결국엔 몰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제목에 "리플리"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1편 <재능있는 리플리>의 내용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리플리 증후군: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용어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 톰 리플리는 본인의 상황을 진실이라 믿지는 않는다. 드라마 "미스 리플리" 때문에 이 의미가 상당히 왜곡된 듯 한다. 심지어 나무위키에는 이 증후군은 정신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 허구의 증후군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리플리 시리즈는 총 5부작으로 상당히 긴 장편 소설이다.

1부 <재능있는 리플리> 에서 리플리는 자신이 동경하던 친구를 살해하고 그 친구의 신분을 훔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2부작, 3부작으로 갈수록 더 침착하고 성숙한 싸패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에는 독자로 하여금 리플리에 대한 존경심, 공감까지 이끌어내게 된다.


1부에서 리플리가 충동적으로 힘겹게 살인을 저질렀다면, 마지막 5부 <심연의 리플리> 에서는 리플리를 스토킹하고 위협하는 사람을 손에 피 한방울 뭍히지 않고 교묘하게 살인하며 본인의 죄를 모두 묻어버리는 아주 성숙하고 전문적인 리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이 다소 길긴 하지만 심심할 때 야금야금 아껴 보기 좋은 책이며, 이 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리플리의 살인/은폐/사기 기술이 아니라 그가 발휘하는 지혜였다. 리플리는 영어 외에도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를 습득하며 본인의 스킬을 연마해나갔고, 수준높은 미술적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과외 선생님에게 하프시코드를 배우고 연주하며 음악을 감상하는 매우 교양있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또한 이탈리아와 독일, 영국, 프랑스를 오가며 중간중간 이 도시들에 대한 묘사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책을 읽으며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것 같다. (가끔 아내 선물로 구찌 가방이나 악세서리를 사기도 한다..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는것이 분명하다)


새로 나온 신작 베스트셀러들도 참 좋지만, 옛날 책 특히 옛날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 과학기술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완전 범죄라던지, 고도의 범죄를 아무것도 없는 아날로그 상황에서 풀어낸다던지. 그런 것들을 보는 재미와 "지금 시대였다면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완전범죄는 불가능할텐데!" 하며 상상하는 재미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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