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남 Apr 16. 2024

벌써 10년, 그래도 살아가기 위하여



저는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벌써 35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어요.

처음 서울 반지하 단칸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다가

아빠가 안산 반월공단의 회사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온 가족 다 같이 안산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뜻인 건지, 인도에서 만난 남편도 안산 사람이에요.

그래서 잠시 인도에서 살았던 1년을 제외하면 저는 쭉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 사는, 단원고에 다니던 아이들 249명의 시간이 멈췄습니다.

그렇게 멈춘 채로, 10년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훌쩍 자라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딸과

덩치는 커도 여전히 귀여운 나의 막내, 열두살인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이 있습니다.



그저 밝고, 잘 먹고 잘 자고

또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그저 건강하게 밝은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예쁜, 

존재만으로도 기특하고 빛나는 내새끼들이에요.


이젠 각자 하고싶은 것도 생기고, 좋아하는 것도 확실해져서

함께 그 길을 가는 방법도 찾고, 미래의 내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도

벌써 배가 부른 고슴도치 엄마입니다.





요즘 밤마다 저와 함께 먹선을 치는 아이들입니다. 딸 아이는 앞으로를 위해 열심히 연습중이고 아들은 그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즐겁대요. 붓글씨 쓰는 걸 좋아합니다. 

모든 부모에게 아이들은 그런 존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를 훌륭하게는 아니더라도, 온전하게 키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많은 걸 희생하고 참아내야 하는 시간들을 보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있어 웃는 날이 있고, 

결국은 버텨내고 살아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부쩍 커서 엄마가 하는 걸 함께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공유하며 듣고,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요즘이 정말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도 성장했어요.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엔 좋은 방향으로요.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세월호 10주기 입니다.

처음 뉴스로 접했던 날, 생떼같은 아이들을 하루아침에 

차가운 바닷속에서 황망하게 떠나보내야 했던 날이에요.

Time Flies. 라는 말처럼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는 10년이지만

아무것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 지금도 아이들을 온전히 보낼 수 없는 부모들에겐

천년 처럼 긴 시간이었을 거에요.


상상할 수 있지만, 감히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저는 벌써 눈물이 차오르고 무섭다는 말로도 모자라는,

내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는 상황.

그리고 그 일을 겪은 많은 부모와 가족들.


누군가는 나랏돈으로 그만큼 보상 받을 만큼 다 받았으면 됐지, 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어떻게 잃어버린 내 아이의 목숨과

꽃피워보지도 못한 내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행복할

내 가족의 미래와 맞바꾸는 게 가능할까요.

슬픔을 이해합니다. 아니, 차마 이해한다는 말로도 다하지 못하는 마음이에요.



이 그림을 그린 게 10년 전입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로 그렸던 그림이고

아직도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여전히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감히 헤아려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굳건히 살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애들이 크면 이런 맛도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