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2 아침을 먹으러 근처를 돌아다녔다. 열 시가 되었는데도 문이 열린 곳이 거의 없었다. 케밥집이 몇 군데 열려있어서 그걸로 끼니를 때웠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웬만한 곳이 장사를 안 하는 것 같다. 끼니를 떼우고 호스텔로 돌아와 누워서 쉈다. 1시 반쯤이 되어 어영부영 밖을 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가 세지면 우산을 좀 사야지.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함부르크의 미니어처 박물관이 좋다는 얘기가 많았다.
'미니어처면 좋아봤자 어느 정도겠어?'
그래도 비가 오니깐 실내 투어 한번 해보지 뭐.
밖으로 나가는 길에 호스텔 리셉션을 둘러봤다. 투어상품들이 적혀있다. 이것저것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Red light street Tour' 홍등가 투어? 무슨 말도 말도 안 되는 투어인가? 우리나라에는 음지로 취급받는 그것이 여기서는 양지로 나와 투어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인터넷으로 어디인지 찾아봤다. '리퍼반'이라는 거리였다.
리퍼반에 있던 성인용품가게
옛날부터 함부르크는 항해 도시로 유명했다. 그래서 선원들을 상대로 하는 술, 도박, 여자를 장사하는 곳들이 성행했었다. '리퍼반'이라는 곳은 매춘으로 대표적인 곳이었다. 요즘은 규모가 작아져 명맥만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한다. 여행자의 본분은 여행하는 곳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난 그곳을 구경하러 가겠다.
우선 미니어처 박물관을 구경하려했다. 하지만 박물관은 미리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이 필수였다. 저녁 7시가 할인율이 높아서 그때를 골랐다. 7시까지 밖을 돌아보려고 했지만 비가 거세서 숙소로 잠시 돌아왔다. 한 시간 정도 있으니 비가 약해져서 다시 나가봤다. 홍등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리퍼반에 있던 건물 sex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있다.
버스를 타고 리퍼반에 내리자마자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SEX'라고 적힌 간판과 나체사진의 간판이 즐비했다. 쇼윈도 안으로 보이는 것들은 성인용품들이 대다수였다. 놀랐던 건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성을 엄청나게 개방하는 것 같다.
리퍼반 거리
경찰서가 있는 골목로 들어가봤다. 옆을 봤는데 임시 벽으로 거리를 안 보이게 막았다. 알고 보니 그곳은 공창가였다.(독일은 성매매가 합법이라 여기는 사창가가 아니다.)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들어가러니 약간 긴장된다. 침을 삼키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여행의 하나이니깐 말이다. 안의 모습은 바깥보다 더 빨겠다. 빨갛다 못해 자주빛이었다. 길이는 30m 정도였는데 맞은편에 출구가 있었다. 걸어가면서 가게들을 봤다.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두세 군데만 문을 열었다.
"Hello? Darling~ Come inside♡" 열린 곳에는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호객행위를 한다. 여성들의 대부분은 비키니만 걸치고 있었고 온몸에 문신이 새겨졌다. 그 모습을 보니 무서워졌다. 반대쪽 출구로 도망치듯 나왔다. 이 정도 구경하면 됐다.
홍등가여서 거리가 빨갛다
미니어처 관람시간은 아직도 한참 남았다. 남는 시간 동안 대중교통 배를 타보기로 했다. 조금 타다 내려서 근처를 둘러봤는데 많이 휑했다. 일요일은 확실히 아무것도 없다.
시간에 맞춰 미니어처 박물관에 갔다. 별로일 줄 알았는데 대단했다. 함부르크의 옛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전시해놨고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그대로 해놨다. 사람모형 하나하나 섬세하게 칠해놨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비행기 출항하는 것이다. 오늘 비행기 시간에 맞추고 날아가는 것까지 똑같이 해놓은 게 대단했다. 마지막으로 함부르크의 지금 모습을 크게 미니어처 해놨는데 대단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미니어처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시간 정도 봤지만 오길 잘한 것 같다.
함부르크의 미니어처. 왼쪽부터 현대, 옛날, 마지막이 함부르크에서 했던 어떤 공연을 재연한 것이다.
비행기 날아가는 것
박물관 관람 후에는 한식이 땡겨서 한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거리를 둘러봤다. 비가 내리는 거리에 노숙자가 많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데 왠지 담배가 아닌 것 같았다. 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무서웠다. 얼른 숙소로 돌아갔다. 씻고 잠시 누웠는데 피곤이 급격히 밀려와 그대로 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