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3 오늘은 밖에서 울리는 새소리 때문에 일어났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10시이다.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30분 정도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불을 걷어차버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도 아침식사를 부탁했다.
호스텔
옥상은 어제처럼 햇빛이 쨍쨍했고 '김리'아저씨는 전화를 하면서 대마초를 태우시고 계신다. 어떻게 이틀 내내 저럴까 신기했다. 그분한테 라이터를 빌려서 가스에 불을 켜고 어제 산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여전히 소고기는 질겼다.
버스터미널에 가면서 한번 더 구경함
아침을 먹고 밖으로 잠시 나갔다. 버스회사 사무소로 가서 일정을 바꾸러 갔다.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20분 정도 걸어야 했다. 터미널이 보였고 안쪽에 사무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어디서 나오신다. 영어를 못하니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버스표를 환불하고 싶다고 했다. 내 표를 보더니 출발시간이 6시간 전이라 환불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냥 내일 표를 다시 사야 된다고 한다. 한숨을 몇 번 쉬고 조금 생각하다가 표를 샀다. 표값 2만 원을 날려버렸다. 통장에 돈이 별로 없어서 아껴야 되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숙소 앞에 있는 돌산
이상하게 여기 음식은 무척이나 배가 빨리 꺼진다. 버스 사무소에서 돌아오는 길에 식당을 들렀다. 가장 무난한 햄버거를 시켰다. 맛은 뭐...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쉐프샤오엔
"꼬로나 꼬로나!!" 식당에 나오자마자 어떤 꼬맹이들과 마주쳤는데 걔네들이 나를 보며 이렇게 놀린다. 얼굴에다가 기침이나 한번 쏴주려다가 귀찮아서 무시했다.
쉐프샤오엔
"헤이 컴온 마리화나 이즈 굳 베리베리 나이스" 숙소 전방 100m 앞에서 남자가 따라오면서 계속 대마초를 팔려고 한다. 'no'라고 몇 번을 하길래 뛰어서 도망가니깐 뒤에서 "꼬로나 fuck you! Go back to china!" 이딴 식으로 말을 한다. 이번에도 무시했지만 이런 인종차별적 조롱을 들으니 모로코 나라 자체에 대해 혐오감이 서서히 느껴진다.
쉐프샤오엔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이틀 전 헤어진 '정균이 형'이 오늘 밤에 이곳에 올 거라고 카톡이 왔다.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정균이 형이 오기 전까지 노을이나 감상하러나 가야겠다. 숙소 뒤쪽으로 높은 고개가 있는데 그곳에 모스크가 있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쉐프샤우엔'의 노을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올라가면서 봤던 꽃
카메라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와 같은 해코지를 당할까 긴장하면서 올라갔다. 가는 길에 독일인 무리가 있어서 말을 걸고 그들과 따라갔다. 고개를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서서히 많아진다. 이 길이 맞다.
쉐프샤오엔의 노을
모스크에서 바라본 노을은 여느 노을과 마찬가지로 예뻤다. 한국이 서서히 그리워졌다. 한식이 먹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이상하게 느낌을 뿜는 남자 두 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더니 나에 대한 온갖 물음을 한다. 처음엔 경계를 했지만 다행히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들에게 오늘 겪은 인종차별적 조롱에 대한 하소연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놀라더니 자신들이 대신 사과를 한다. 그들의 사과가 되려 미안해진다. 그래 어딜 가든지 나쁜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는 거겠지.
야경
9시가 가까이되서 숙소로 오니 형님이 이미 도착하셔서 씻고 계셨다. 며칠 만에 만났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웠다. 형님은 라면과 여러 가지 한식을 가지고 계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고기에 형님이 가져온 고추장을 찍어먹으니 진수성찬이었다. 형님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이 대화를 하면 편안해지는 형님의 성격은 역시나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