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5 버스 안 사람이라곤 나와 어떤 히잡을 쓴 아주머니 2~3분뿐이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많지 않다. 도착지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내리기 한 시간 전부터 눈을 뜨고 있었다. 딱딱한 좌석에서 잠을 자서인지 허리가 많이 아팠다. 창문 밖의 주마등이 가끔씩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서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목적지인 '메르주가'에 도착을 했다.
가방이 3개라서 짐을 헐레벌떡 싸서 내리고 버스가 가는 걸 바라봤다. 예약해둔 '하싼네'에 카톡을 하니 곧 오겠다고 연락이 온다. 그제야 안심을 하고 하늘을 바라봤는데 깜짝 놀랐다.
별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그날은 별이 내게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마치 검은색 종이 위에 모래를 뿌린 듯 온 세상은 별들이었다. 버스까지 자취를 감추니 내가 서있는 도로마저 어둠으로 깔려있었다. 마치 우주에 한가운데 서 있는 그런 느낌이다. 하싼의 픽업차가 오기 전까지 나는 하늘만 쳐다보았다.
하산네 호텔 복도
'하싼네'는 사막의 호텔이었다. 그곳에서 2박 3일의 사하라 투어를 신청했다. 오후 4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싼은 내게 호텔 라운지에서 10시까지 자면 된다고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동이 트기 전까지 밖으로 나와서 별을 감상했다. 하지만 밖은 모기가 많았다.
하산네 중심부. 쉴 수 있는 공간
해가 뜨고 라운지에서 잠을 잤다. 몇 시간 안돼서 북적이는 소리에 깼다. 식당 쪽에서 밥을 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같이 먹었다. 이곳에는 한국인이 많았다. 투어를 갔다 온 그들의 얼굴에는 감격에 벅찬 얼굴을 띠고 있었다.
방 천장. 너무 예뻐서 찍어봄
밥을 다 먹은 내게 하싼은 방 하나를 안내했다. 여기서 5시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엄청나게 좋은 호텔에서 값싸게 묵는 것이 최고였다. 편하게 투어시간까지 쉬었다.
밖에는 낙타들이 쉬고 있다.
투어를 가기 전에 밥을 먹으러 근처로 갔다.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고 있었는데 동양인인 나를 보더니 코로나 하며 쉐프샤우엔에 있을 때처럼 놀린다. 짜증이 났지만 귀찮아서 무시하고 가버렸다.
낙타에서
5시가 되어 호텔 밖으로 갔다. 같이 투어 할 인원들을 봤다. 10명 정도였는데 전부 스페인 사람이었다. 좀 외로웠다. 그들과 함께 낙타에 올랐다. 앞에서 가이드가 낙타를 끌고 가는데 그의 발이 모래 속에 푹푹 파이는 게 나중에 내리고 싶지 않았다. 흔들리는 낙타봉 위에 타고 모래언덕으로 갔다.
이렇게 갔다.
그림자
모래사막에 오더니 샌드보드를 타라고 한다. 귀찮아서 앉아 쉬고 싶었는데 계속 부추기니 억지로 했다.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샌드보드
사막에 살고 있는 생물들
샌드보드를 다 타고 언덕에서 앉아서 일몰을 봤다. 사막에서의 일몰은 센치한 게 좋았다.
사하라의 일몰
저녁이 되어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왔다. 그곳에는 한국인 20대 커플이 있었다. 왠지 나랑 비슷한 또래일 것 같아 얘기를 했다. 그분들은 카이스트 cc였고 24살이었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러 왔다 방학이라 모로코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말도 잘 통하고 너무 재밌어서 스페인 일행과는 거의 친해지지 않았다.
모닥불 파티파티
모닥불 파티파티
파티
저녁을 먹고 식당 밖에 있는 캠프파이어로 모였다. 투어 스태프들이 잼베를 치면서 공연을 했다.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계속 같은 노래를 반복하길래 집중을 하지 않고 카이스트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현지인이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새벽 2시까지 했다. 그분들의 고민을 들었다. 카이스트라고 하면 엘리트 집단인 게 확실하기에 그들의 고민은 남들과는 다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다른 일반 분들과 같은 그 나이에 하는 일반적인 고민이었다. 취업, 미래, 군대 그런 것들 말이었다.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사하라 사막에서의 밤
커플 중 남자 친구분이신 호영 씨는 내 것과 같은 캐논 800D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분은 카메라를 오토로만 하고 있기에 내게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해서 별 사진 찍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침에 별 사진을 찍을 때 은하수도 살짝 보아서 은하수를 찍는 법도 어느 정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달이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달이 저물 때까지 기다리다가 도저히 볼 기미가 없기에 그냥 베이스캠프 방으로 들어가 자버렸다. 은하수 못 찍은 건 안타까웠지만 카이스트 커플과 재밌게 얘기한 건 좋은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