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lee Aug 16. 2021

글쓰기 강사는 어떨까요

앞으로 뭐하며 살까?

전자출판 강의를 듣는 동안 약 세 군데에서 글쓰기 강사를 하게 됐다. 

우연찮게 시작한 글쓰기 강의지만 의외로 내게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게 다양한 글쓰기를 해왔다고 생각하는터라 강의를 의뢰하는 단체의 특성에 맞게 나름대로 강의안 구성을 잘 맞출 수 있었다. 


나 또한 글쓰기란 나에게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늘 고민해왔던 사람이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전문 작가로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도 했지만 지금은 능력과 소양 부족으로 그 꿈은 일단 접어두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그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가 될 순 없지만 내 인생의 작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 글쓰기의 이로움과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고 자부한다.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니 의외로 많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뭔가 글을 쓴다는 것, 기록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 그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할 때가 어느 정도 인생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을 모두 마쳤을 쯤에야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책임져야 할 것들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소 콧잔등에 고삐 꿰어놓듯 현실에 순응하며 살던 삶들이 갑갑해지고 지겨워지고 노매드처럼 살고 싶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되는 듯싶다. 나 또한 그러하였다. 


50 플러스센터와 서초 마을공동체, 경기도 팔당마을주민위원회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각각 수강자 연령층도 다르고 타깃도 달라서 강의안을 꽤 많이 준비해놓았다. 글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글을 올려야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보도사진 찍기와 개인적인 아카이빙 노하우까지 그간 내가 갖고 있던 글쓰기와 자료 정리 등의 노하우까지 대방출했다. 

서초구 마을공동체가 주관한 마을기자단 교육과정에서 글쓰기 강좌를 4회 실시했다. 


그중에서도 수강생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은 것은 빨간펜 글쓰기였다. 나름 의미 있는 주제를 주고 약 20~30분 정도 함께 글쓰기를 한 후, 돌려가며 발표를 하는 것인데 10여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쓴 글을 발표한다는 것이 수강생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 시간에 쓴 글을 내게 이메일로 보내주면 교열을 본 후, 다시 보내주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이 쓴 글을 누군가 교열을 봐주는 경험들을 갖기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름 근사하게 고쳐진 글들을 보고 뿌듯해져서인지 수강생들이 호응이 유난히 높았다. 


설마 뭐 이렇게까지 보내겠어? 하고 시작했던 일이 강의가 거듭되면서 눈덩이처럼 일이 커졌다. 강의 준비에 수강생들 에세이 교열에...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이었다. 이 와중에 팔당마을주민위원회에서 진행했던 글쓰기 강의는 어린이기자들까지 참가한 강의라 초등학교 어린이 기자들의 글쓰기까지 빨간펜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근데 아이들의 글을 읽을 때면 그 글을 읽는 내가 많이 배우고 힐링을 얻는다. 예전 자원봉사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도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느껴져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주기도 했다. 아이들의 글쓰기 시간에 '부모로부터 배우고 싶은 모습 10가지'를 주제로 내걸었다. 모두 글을 쓰는 시간에 한 아이가 전혀 글을 쓰지 않고 딴짓을 하고 있었다. 모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유독 그 아이만 한가로운 모습에 천천히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넌 왜 글을 안 쓰니?" 

"전 부모님으로부터 닮고 싶은 모습이 없어요."  


난 그 녀석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난 후, 그 녀석의 가정사를 듣게 되자  부모로부터 닮고 싶은 모습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동의하게 됐다. 한부모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아버지의 가정폭력까지... 어른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불과 초등학교 4학년 었지만 그래도 제법 의젓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난 왜 이런 주제를 냈을까?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나 또한 그렇게 아이를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가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니었는지 나를 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 난 후, 어린이 기자단에게 마음의 선물을 준비했다. 각자 좋아하는 문양의 패치워크를 골라 가방이나 옷에 바느질해보라고 나눠줬는데 의도대로 다 했을지는 의문이다.


하루하루 여러 깨달음을 얻으며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쓰며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갖게 된 것 같다. 비록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더라도 나만의 글쓰기를 꿈꾸며 강의를 통해 세상의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사는 삶도 꽤 멋있는 인생 아닐까 생각해본다. 


'죽을 때까지 명료한 정신으로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전자출판 강의 수강을 모두 끝낸 후, 만든 출판사 슬로건으로 정해놓은 문장이다. 앞으로 이 슬로건이 내 삶을 강제하도록 고삐가 되도록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브런치를 통해 나의 독자들에게도 공유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전자출판으로 책 출간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