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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아리코테지 Aug 01. 2019

•이름을 지어 주는 일•

집에게 선물한 이름 방아리 코테지

사람에게 이름이 주어지는 건 태어나 적어도 한 달 이내 이거나 태어날 시각 이전에 이미 이름이 주어지는 경우 혹은 거창하게 소문난 작명소를 찾아 지어지는 시간 까지. 뭐 방법은 여러 가지 일듯 하나 공통점은 태어나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평생을 따라다닐 이름이 생겨 난다는 것.

나란 존재를 정의하는 대명사 같은 것이지만 정작 스스로의 이름은 누군가에 의해지어 진후 비로소 내 것이 되고 내 것이지만 타인에 의해 불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내 것이어도 남의 사용 빈도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 이름은 나를 위한 비중보다 삶에서 타인의 편의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게다 생각한 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이름 이란 것을 그냥 생각 없이 가볍게 짓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물론 키우는 동물이나 사물에 부여해 주는  이름은 갑자기 생각났거나 생김새와 관련지어 짓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난 무생물의 사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지을 때도 생각을 길게 하는 편이다.

내가 부르거나 사용하게 될 일이 더 많을걸 알아서인 이유도 있지만 지어질 대상에게 이름만큼은 공을 들여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옷을  짓는 것. 농사를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것. 이외에 짓는다를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의 지음.

우연의 일치 일지는 모르나 의식주와 이름 모두 지어지는 행위와 연관되어 있고 삶에 너무 가까이 흐르고 있어 어쩌면 그 깊이가 얼마나 중한지를 모르고 살고 있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아리 [防牙里]에 있는 그저 자그마한 시골집.

이 집도 누군가에게는 산아래 맨 끝집이나 빨강 벽돌집. 누구누구 씨 댁. 이런 호칭들로 불려 왔으리라..

한 번도 스스로의 이름을 가진 적 없을 집에게 그다지 예쁘지도 않게 많이 꾸며지지 않게 담백한 모습 그대로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시골집의 입장에선 한 번도 상상도 안 해봤을 영어 단어 하나가 들어가도 좋아해 줄 거 같은 생각에 한 달여간은 집의 이름을 생각하느라 여기저기 많이 끄적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집을 방아리 코테지라 부르기로 했다.


시골의 작은 동네 존재감 없던 집에 붙여진 이름 치고는 좀 거창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수줍게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상상을 하며 집의 이름표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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