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판 직장인의 이직에 대한 생각
이제 그만 이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직장인에게 이직이란 평생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14년간 한 우물을 판 나는 거의 매년마다 이직을 고민했고, 수없이 많은 직원들의 이직을 보았다. 특히나 이직이 매우 잦은 외국에서, 한국에서 일할때보다 훨씬 많은 이직에 대한 직간접 경험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경험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한번 이직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먼저 사람이나 조직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경우다.
인간관계가 힘들거나, 상사가 괴롭히거나, 조직 문화가 별로이거나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이직이 답일 수 있지만, 철저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옮긴 직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발전 기회가 막힌 경우다.
보통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한정적이고 경쟁도 심해진다. 그러다 보면 소위 말하는 Dead end, 커리어의 막다른 길에 도달하게 되고,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직이 가장 도움이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연봉이나 처우를 높이기 위해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소탐대실하기 쉬운데, 이직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해봐야 한다. 연봉을 엄청나게 올려줘도, 너무 조금 올려줘도 뭔가 리스크가 있나 반드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망하거나, 정리해고를 당하는 등 피치 못한 경우가 있겠다.
이 때는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옮길 회사나 산업의 전망을 따져야 한다. 보통 동종 업계로 이직을 할 텐데, 정리해고를 했다는 얘기는 동종 업계 전반적으로 힘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 연봉과 복지
너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연봉과 복지이다.
특히 숨은 비용이나 조건등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특히나 복지의 경우는 연봉계약서나 모집공고, 혹은 헤드헌터를 통해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회사에 재직 중인 지인이 있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연봉에 대해서는 “이 정도 오퍼를 받았는데, 회사 내에서 괜찮은 편인가?”정도 물으면 좋다. 지금 회사와 비교하면 연봉이 오르지만, 이직하려는 회사의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연봉이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이직하면서 잃는 것들
이직을 하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 그동안 회사에서 쌓아온 평판이나 네트워크, 상사와의 관계를 잃게 된다. 또한 작게는 시스템 사용법부터, 크게는 업무 방향성까지 모두 새로 배워야 한다.
옮기는 회사의 기존 직원들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해야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똑똑하게 일해야 한다. 특히 평판과 네트워크를 새로 쌓아야 하므로, 제대로 일을 하게 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 즉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실한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직을 통한 연봉 상승분이 20% 이상이라면, 해볼 만할 것 같다.
3. 이직 후 회사에서의 위치와 역할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이직 후 회사에서의 위치이다.
현재 직장에서 팀장으로 5-6명의 직원과 일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직장에서는 팀원이 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현직장에서는 과장급이 무척 중요한 일을 하는 반면, 새 직장에서는 같은 직급인데도 허드렛일이나 할 수도 있다.
또한 같은 직무라 하더라도 회사마다 업무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모집공고나 면접 등을 십분 활용해 이직하려는 회사에서의 업무를 파악해야 나중에 후회하고 다시 이직하는 불쌍사를 막을 수 있다.
4. 이직 후의 발전 가능성
한 번도 이직을 안 한 사림은 많아도, 한 번만 이직을 한 사람은 적다. 많은 경우 이직을 했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다시 한번 이직을 생각한다.
따라서 이직하기 전에 새로운 회사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한다. 반드시 면접 중에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약 면접관이 답변을 제대로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한다면, 경고 신호라고 볼 수도 있다.
5. 이직할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이유
이직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면접이 진행되면, 어서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에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왜 직원을 뽑느냐는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가 잘되어 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뽑을 수 있다.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둔 직원의 대체자를 뽑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기존의 직원이 퇴사를, 그것도 높은 확률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그 말인즉슨, 그 직원이 이직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최소한의 검증은 해봐야 한다. 해당 모집공고가 자주, 매 년이나 매 분기 나온다면 반드시 뭔가 문제가 있다. 면접 시에도 왜 직원을 뽑게 되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면접관이 대답을 회피한다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직을 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더 나은 삶을 위해서이다. 이번에는 이직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모아봤다.
1. 면접을 최대한 활용해 정보를 얻어라
면접을 회사가 여러분을 알아가는 기회로만 만들어선 안된다. 면접은 여러분이 회사를 알아가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면접 시에 많이 보는 유형중 하나가, 일반적인 면접 질문들이 끝난 후에 ”추가 질문 있나요?“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는 경우이다.
이때 회사에 대한 질문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자세히 물아봐야 한다.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회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여 오히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보일 수 있다.
물론 연봉이나 복지에 대해서 너무 자세하게 묻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람을 뽑는 이유나 성장 가능성, 현재 직무와의 차이 등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정보를 얻으면서 좋은 인상도 줄 수 있다.
2. 아는 사람을 만들어라
이직을 고려하는 회사의 아는 사람을 소개받으면 그 회사를 이해하는데 무조건 도움이 된다.
아는 사람이 없다면, SNS에서 찾아낸 사람에게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회사에 대한 문의를 해볼 수도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서 소개를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렇게 내부인을 알게 되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수월해진다. 비록 지원한 직무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3. 절대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지 마라
이직이 확정되거나 혹은 이직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는 바람에 기존 회사의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일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만에 하나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기존 회사에 전화나 메일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또한 관련 업계가 좁은 경우가 많으므로, 언젠가는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4. 연봉만을 쫓지 마라
연봉은 직장인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본인의 능력과 경험을 평가하는 잣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연봉만을 위해서 이직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같은 직무에 같은 직급인데 연봉이 훨씬 높다면, 우선 이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볼 것.
앞서 설명했던 사항들을 꼼꼼히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또한 얼마 되지 않는 연봉 상승을 위해 옮겨 다니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지 말자. 당장은 조금의 연봉 상승이 마음에 들지 모르나,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직 시에는 20-40% 정도의 연봉 인상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 적으면 이직에 따른 리스크를 보상하기 어렵고, 그보다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회사라면 수상한 점이 없는지 잘 살펴보자.
5. 끝까지 협상하라
이직할 때 가장 바보 같은 행동은 바로 급한 나머지 협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는 처지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미 직업이 있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면접을 통과하고 이미 오퍼를 받은 상태라면 최소한 입사하기 전까지는 갑을 관계가 역전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보통 면접이 끝나고 오퍼를 주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오퍼를 받은 지원자를 놓치면 채용이 지연되는 등 부담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터무니없는 제안이 아니라면 일단 들어는 볼 것이다.
또한 오퍼를 받았다면 그 오퍼를 들고 현직장에 찾아가 맞춰줄 수 있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그렇게 카운터 오퍼를 받는다면, 굳이 이직이라는 리스크를 무릅쓰지 않고도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후회하고 있는 부분도 이 점이다. 물론 협상을 잘해서 연봉을 30-40% 더 올렸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10%도 아닌 단 5% 차이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나는 이직을 해본 적이 없다. 현재 직장에서 14년간 4개국에서 일하고, 직무와 부서를 계속 옮기면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이직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직을 고민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년 이직을 고민하면서도, 기존의 회사에서 쌓아 올린 것들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했을 뿐이다.
역설 같지만, 오히려 이직을 안 했기 때문에 이직에 대한 더욱 진솔한 조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더욱 냉정하게 이직에 대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직만이 답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직을 하기 위한 노력을 이직을 “하지 않을” 노력에 써보는 건 어떨까. 지금 직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