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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owhat Dec 25. 2021

나의 강아지를 보내는 일기 11

2020.5.5.


모든 신경이 코코에게 집중된 채 5월의 황금연휴를 보냈다. 눈앞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가 어지러운 듯 겨우 발 딛고 서 있는 강아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측은하고 애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모습에도 익숙해져 버려서 무감각하게 응시하는 일이 몇초 간이고 이어지면 곧장 나 자신에게 기가 막히고 소름이 끼쳤다. 이 아이를 곧 있으면 잃게 될테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감정을 차단하여 자기방어하는 것 뿐이라며 패배에 가까운 결론을 내린 걸까. 그게 슬픔을 대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걸까.


연휴가 마지막 하루 남았던 날은 매우 우울했다. 낮은 아름다워서, 책장의 책등에 햇빛이 쏟아져내렸다. 책들이 그렇게 빛나는 걸 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아마 아름다운 것을 그에 걸맞게 섬기지 못하는 나의 마음에 스스로 화가 났나 보다. 아름다움을 볼 때마다, 나를 보면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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