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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Dec 24. 2022

나는 거울을 믿지 않는다

스스로를 발견하는 첫 번째 시간

몇 주전에 우연히 연이 닿은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휴먼디자인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휴먼디자인을 봐주셨는데 나는

매니페스터(Manifestor)였다.


매니페스터로서 '잘'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1. 나의 의지대로 하는 것

2. 돈 벌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3. 자존감을 따라가는 것


그래서 의지대로 할 수 없게 누군가가 뭘 못하게 막는다거나 하면 굉장히 화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 가는 대로 해보라고.


근데 저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얗게 질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힘든 것이 나의 의지대로, 나의 자존감을 따라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믿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근데 그건 단순히 자존감이 낮거나 자신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온전히 수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지,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수용되는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얘기도 솔직하게 하는 편이었다.


근데 나의 의지대로 행동할 때마다 나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나의 이야기가 약점으로 

작용되어 나를 불리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겨났다.

가족에게도 기댈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변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나의 의지가 불쑥불쑥 고개를 들 때면

1. 부모님이 싫어하시진 않을까?

2.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를 먼저 고민하고, 만족스러운 답이 내려지지 않을 때는 그 의지를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아버렸다.

그게 반복되고 체화되어서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걸 떠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조심스럽다. 내가 뭘 하고 싶어도 되는 건지.


코치님은 그런 내가 '신중함'이란 코트를 겹겹이 입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걸 한 겹, 한 겹 벗어내려면 '그걸 해도 괜찮아! 원하는 거 다 해!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아주 안전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털찐양의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홀로 숲에 방치되어 35kg가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이 양은 구출되어서 사람들의 도움이 받아 털 갑옷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5년간 방치된 양의 양모에는 썩은 쓰레기, 벌레, 나뭇가지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 영상은 bgm도 참 귀여운데 이걸 보고 펑펑 울어버렸다.


너무 안쓰러웠다.

나를 보는 것 같아서.

15년 전 가족을 떠나온 후 지금의 내가 저런 모습인 것 같았다.


그리고 느꼈다.


내가 이 상처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중심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나는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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