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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25. 2024

틀린 것이 아닌 다름

6: 우리는 계속 투닥거리겠지만 그저 다른 거니까

결혼을 준비하며 새로 알게 되는 것이 참 많다.

근데 그중에 하나는 6년을 만나와도

사실은 몰랐던 상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정말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사실 다름을 참 많이 알게 됐던 과정이었다.



집 헌팅을 끝낸 순간부터

나는 가전, 가구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지.


결혼 혼수를 위해서 빼둔 돈이

이미 있긴 했지만 그게 정말 충분한지 알려면

이러한 계산이 필요했고,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실측은 언제부터 가능하며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기억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다 정리해 놓으면서

조급했던 마음을 살짝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돈 쓰는 거..?

스트레스받는다.

사실 모아놓은 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

예산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데

돈이 통장에서 깎일 때마다

불안한 기분마저 든다.


근데 이 사람, 참 나랑 다르다...

같이 스무디 보울을 먹으러 가서도

나는 "식후에 간식으로 먹는 건데 작은 사이즈에 먹자

나 많이는 어차피 못 먹어"

남자친구는 "둘이 먹는데 이 정도 사이즈는 먹어야지

안 먹을 거면 남겨도 모자란 것보다는 낫지"

로 실랑이를 했다.


가전을 볼 때도

나는 "저거까지는 필요 없어. 저거 있다고

얼마나 쓴다고 그냥 방치되고 집에 짐만 된다니까?

나중에 우리가 어쩌다 해외 나가게 되면?

처분할 때는 어떻게 할 건데."


남자친구는 "있는 걸 안 쓰는 거랑 없어서 안 쓰는 건 다르잖아

뭐든 기왕이면 있는 게 나은 거 아니야?

아직 나갈지 안 나갈지도 모르고

처분은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뭘 지금부터 걱정해"

라고 하며 투닥거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한 친구들은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남자친구는 부족함 없이 자랐나 보네.

다 갖추고 살아오면 그럴 수도 있지'


아니 근데.. 아니라니까?

이때까지 살아오기는, 유학할 시절에도

다른 유학생들이랑 다르게 검소해서 좋아했는데

나랑 같이 살려고 하니까

왜 이렇게 마인드가 부유해(?) 졌는지.



그럼에도 이런 다름을 이제는 눈치 보지 않는다.

가감 없이 드러내며 부딪히더라도

좋아, 우리 잘 알아가 보자 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만의 중도를 찾는 길.



집에 나를 바래다주는 길

그는 머리를 쥐어뜯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따로 하나씩 사야 했던 걸
하나가 되면서 하나만 사면 되니까
무조건 이득이라고 생각해, 알겠지??

우리는 가진 게 없으니까
돈만 쓰면 되는 거야
얼마나 재밌어?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순간에는 그냥 웃음이 났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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