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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28. 2024

애씀

8: 지금까지 최선의 선택을 하려 애쓴 너를 사랑해


홍대 쪽에 촬영 일정이 있어서 멀리 온 김에

데스커 라운지에 들렸다.

여긴 시간대별로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어있는데

오늘은 5시에 있는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했다.

오늘 내게 사실은 정말 간절했던 건

'응원'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는 커넥터 문경님은

응원의 말을 선택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공통 질문을 주셨다.


8월 말까지의 올해를 돌아보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나요?

여러 가지 단어가 생각나다가 결국은

한 단어에 머물렀다.

'선택'


올해는 나에게 정말 많은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

참 많은 선택을 요구받았던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삶과 사람에 미련이 많은 나는

아직도 what if를 생각한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이 어땠을지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거나

그 사람과 틀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하고

홀로 괴로워하며 마음의 방을

한 켠씩 다 내주었다.


세입자는 집을 나간 지 오래인데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이부자리를 정리해 놓고

방바닥을 닦아놓듯

나는 그런 마음으로 오래 지냈다.


그래서 나에게 선택이란 너무 크다.

No going back.

한 번 택했으니 되돌릴 수 없고

그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만 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어떤 미련 또한 또 내가 감당할 일일 테지.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을 피하려

갖은 애를 썼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면 그렇게 살아가면서.

안 하고 싶었다 그런 거.


근데 아주 얕게는 결혼준비부터,

만나는 사람과 일에서의 자잘한 문제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기분이 들었던 올해였다.

마치 이제는 피하지 좀 말라는 듯이.



'무엇을 선택하든 너는 또 다른 걸 잃긴 할 거야.

저것도 이것도 좋을 수도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이것이 베스트라 그 누구도 말해줄 수 없어.

그건 나중에 네가 알게 되겠지'


이런 말들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버거웠다. 이 모든 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던 요즘.


각자의 키워드를 나누고

응원의 말을 뽑는 시간에 나를 이끈 단어는

'애씀'이었다.



동료들에게는 멋있고 따뜻한데

일 진짜 잘하는 사람,

부모님에게는 걱정 안 시키는 큰 딸,

동생에게는 든든한 언니

할머니에게는 싹싹한 큰 손녀,

예비 시댁에는 똑 부러지는 가족,

남자친구에게는 너그러운 여자친구


일단 이 범주로만 봐도

숨 막히는 역할을 쥐어주고는

정말 다 잘 해내고 싶어 애를 썼는데


결국 그 무엇도 잘 해내지 못했으며

어떤 선택을 해도 잃어야 했던 것들이

계속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그런 나에게 온 문장에

작은 울컥함과 동시에 평안이 찾아왔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선택을 바꾸겠냐는 동료의 질문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말한 올리부 상무님은

자신이 그 선택을 하기까지

스스로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기 위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것임을

받아들여줬다.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을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최선의 날들.





그래, 최고는 아니지만

나 정말 최선으로 만드려고

정말 마음도 시간도 애도 많이 썼다.


아직 남아있는 올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이 선택들도 내가 최선을 만드려 노력할 테니

그런 날들을 나도 응원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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