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연봉 8천 준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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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던 브런치북을 쓴 이후,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한 번도 정리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저 글을 쓸 때만 해도 적어도 취준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사실 그 이후의 여정들은 그리 흥미롭지도, 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이후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지금을 다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보기로 한다.
2023년 3월,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스물 초반 한 한국의 투자 회사에서 인턴을 할 당시
'유학생들은 이래서 안돼'라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들은 이후,
나는 다짐했었다.
마흔이 넘기 전까지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서 그 누구도 내 커리어를 의심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고.
그렇게 계속 얘기해 왔었는데
만 서른의 나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것도 외국인 신분으로.
절대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다시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정말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했던 결정이었다.
어쩌면 북미에 계속 남아 계속 이직 활동을 했다면
최대 연봉을 1억까지 올릴 수 있었을 거다.
아니었더라도 계속 벌던 금액 정도는 어떻게든 벌었겠지.
하지만, 회사를 나오기로 한 순간부터
내 인생은 한 번도 내가 꿈꿔오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저는 어떤 회사의 CMO가 되고 싶었어요
약 3년 전까지 내가 하던 말이다.
나의 꿈은 '어떤' 회사의 CMO(Chief Marketing Officer)였다.
저 자리까지 갈 수 있게 되면 너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그건 엄마가 자신의 커리어를 꾸려가던 모양을 보며 내가 꿈꾸던 미래였다.
엄마는 디렉터 레벨에서 멈췄지만 나는 조금 더 높이 가면 좋겠다고,
회사에서 커리어의 시작과 끝을 맺은 부모님을 보며 내가 꿀 수 있었던
가장 큰 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 내가 회사를 관두기로 마음먹었을 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크리티컬 했던 것은 회사가 인수합병된 것이었는데 그 이후로 정말
내부적인 이슈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과의 마찰도 심했고,
안 그래도 작은 이 회사에 3명의 Vice President들이 생기면서
어울리지 않은 정치가 시작됐다.
모든 회사들이 그렇겠지만 처음 그들이 약속했던 방향과는
정말 다르게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장님은 이번 인수가 구성원들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걸 보고 본인도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약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수까지 됐으니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봤던
나는 금세 마음을 접었고, 결국 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