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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Aug 18. 2022

코로나가 바꿔 버린 우리의 관계

위기의 가정

아이가 5개월일때 한국에 다녀온 뒤론 글을 전혀 쓰지 않았다. 육아로 바쁘다는 핑계, 이사가 잦았다는 핑계, 일상이 힘들고 지쳤다는 핑계... 여러 핑계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그럴싸한건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다. 그 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니 나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훌쩍 커버렸고, 나와 남편의 관계는 최악을 치닿고있다. 우리는 그 사이 거주지를 세번이나 바꿨고, 남편의 직장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일 뿐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걸 잘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직장도, 거주지도, 마음도 갈팡질팡 하는 거다.


가장 큰 환경적 변화는 2년간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이다. 누구에게나 다 힘들었을 테지만, 특히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심리적인 변화를 겪었다.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불안감이 너무나 컸고 일상으로 돌아갈수 없다는 공포감이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근 2년이라는 시간동안 사회적 단절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으로 다가왔다. 그 시간동안 쌓아온 사회적 인격이 처참히 무너져 버린것같다. 커가는 아이옆에서, 나를 압박하는 남편 옆에서, 좋은 엄마가 되어야한다는 죄책감 속에서 외로운 이방인의 삶 속에서 나는 나를 놓아버렸었다. 삶을 포기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기간을 겪었다. 전문가의 도움없이 버틸 수 없었고 괴롭고 괴로운 기간이였다. 내 인생에 이렇게 처참히 무너졌던건 처음이라 더 버티기 힘들었다. 이건 작년에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지만 이보다 더 무너질 일은 없을꺼라고 다짐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부모가 되기전에는 알지못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너무나 고된일이지만 환한 미소를 보면 그간 고생은 눈녹듯 사라진다고. 정말 맞다. 미소 한번에 힘들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감정이란게 생각이란게 이처럼 찰나의 일인줄 그전엔 미처 몰랐다. 이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오지만 괜찮다. 그 고비 속에서도 행복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남편은 이탈리아에서 나는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서로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다. 나는 아이를 보며 얘보다 더 힘들까라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 정확한 서로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서로 힘든 시간을 잘 버텨보자는 생각 뿐이고 차분한 마음으로 시간이 해결 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부디 이 시간이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미래에 되새겨보면 그런 날도 있었지라고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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