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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Dec 24. 2023

그리운 나의 작은 사랑

인상적인 몇 장면이 있다. 어떤 이별도 경험한 적 없던 나이에 마주했던 장면. ‘이소라의 프로포즈’ 방송에서 ‘제발’이라는 곡을 부르던 가수 이소라의 모습. 노래를 시작하려다 목이 메어 멈추길 몇 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결국 노래를 마쳤다. 울음이 가득 베인 목소리로. 녹화 방송이었지만 고스란히 송출된 영상. 이별을 경험한 그가 직접 붙인 노랫말이었다. 겪어본 적 없던 감정. 어린 나는 무얼 안다고 노래하는 그를 보며 울먹거렸나.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별이 얼마나 아프고 슬픈지.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은 더욱.


아주 작은 몸이 내뱉는 마지막 숨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쓰다듬었던 나의 강아지.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아득함. 더 많은 것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더운 여름에 멀리 간 나의 친구가 추운 계절이 되니 더욱 생각난다.

 

내 친구와 너무 닮은 강아지를 보았다. 살짝 자란 털과 작고 날렵한 몸에 조그마한 얼굴. 지나가는 얼굴을 자꾸 돌아보았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나의 강아지. 이제는 기억 속에서 꺼내야만 한다. 집에 돌아가 잠든 몸을 쓰다듬을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친구.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이렇게 매일 실감한다. 아무 일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부를 수 없는 이름을 속으로 삼킨다. 터지는 울음과 이름을 삼키다 보면 몸이 아파 주저앉고 만다.


목이 메어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그. 이미 이별했고, 남은 이는 결국 오늘을 내일을 살아야 하니 더는 뒤를 볼 수 없어 억지로 앞을 봐야 하는 매일. 그럼에도 늘 함께하는 이 아픈 마음을 어찌 보살펴야 할까. 그저 하루하루 작게 슬퍼하고 또 기억하면서 보낸다.


보고 싶은 나의 강아지 나의 작은 사랑 그립고 그리운 오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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