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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광일 Oct 01. 2015

아듀 디앤샵!!! 고마웠어!!! 사랑해!!!

adieu d&shop

어느 날 지인의 SNS를 통해 전해진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d&shop.com이 종료한다는 소식이었다. 얼마 전 '다음카카오'가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한다는 결정에 daum 출신들이 안타까움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뭉클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안 있어 본인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gsshop.com 안내 페이지

2008년 d&shop.com 에 입사했다. 2001년 yes24.com 에 입사해 8년 동안 도서 물류만을 담당하고 있던 나에게 ( 화장품과 의류도 취급을 했지만 주력은 역시 도서였다 )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는 종합몰인   d&shop이라는 곳에서 물류 담당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과감히 도전했고 처음으로 직장을 이직하게 된 곳이다.


2008년 4월 1일 처음 출근했을 때가 생각 난다. 이전 직장인  yes24에서는 물류를 담당하다 보니 파주의 물류센터에서만 근무했었다. 하지만 d&shop 에서는 역삼 본사와 도봉산 쪽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오가며 업무를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강남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생각을 해보라 파주 시골 깡촌에서 7년 동안 근무를 하다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의 중심 강남으로 출근을 하니 얼마나 긴장되고 설례였겠는가?  강남역을 나와 회사가 위치해 있는 뱅뱅사거리 쪽으로 걸어 가는 길에 무심코 올려다본 건물의 이름이 ' 광일빌딩' 이었다. ( 본인의 이름이 전광일이다 ) 마치 나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 광일빌딩' 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건물을 바라보며 "저 건물은 앞으로 내 건물이 될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회사 정문을 당당히 들어섰던 그때의 첫 출근 길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d&shop 을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도쯤이었던 것 같다. 본인이  yes24를 다닐 무렵 새로운 '통합배송'이라는 물류 프로세스를 적용한 재미있는 쇼핑몰이 있다는 물류 업계 지인의 얘기를 듣고 d&shop 을 알게 되었고  '통합배송'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해서 연구해볼수록 너무도 재미있고 획기적인 물류 서비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까지 본인이 알고 있던 물류는 대량의 재고를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에게 발송해주는 'Inventory Management Model' 이  전부였다. 하지만  d&shop의 '통합배송'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해당 상품의 ' seller ' 에게 매일 해당 상품을 Pick Up 해서 물류센터로 수거하여 합포장하는 형식의 'Pick Up & Delivery  Model' 이었던 것이다. '통합배송' 서비스에 대해 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디앤샵 통합배송 서비스를 아시나요?  글을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그 당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던 시기여서 정말 다양한 물류센터를 벤치 마킹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d&shop '통합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물류센터를 벤치 마킹하고 싶은 욕심이 더욱 커졌다. 결국 협력업체 직원으로 위장하고 센터를 위장 잠입을 해서 모든 프로세스와 레이아웃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 보고 온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세스와 레이아웃을 그리고 장단점까지 분석한 자료를 만들어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위장 잠입해서 연구했던 물류센터를 2년 후 본인이 담당하게 될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입사를 하고 '통합배송'과 물류 관련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도서 전문몰 물류 담당자에서 종합몰 물류 담당자로 본인의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었고 그 전까지는 몰랐던 'seller'라는 개념과  '플랫폼'이라는 BM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물류를 물류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효율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Logistics 의 개념에서 물류의 영역을 Supply  Chain으로 넓게 해 주고 특히 서비스의 개념으로까지 생각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준 정말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 통합배송' 서비스는 물론 ' 선물포장' 서비스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물류센터 운영 관리만 하고 있었다면 결코 기획하고 만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통합배송' 서비스 페이지
선물포장 서비스
포장박스를 이렇게 귀엽기도 만들 수 있구나를 알게해준 '통합배송' 애니멀박스 시리즈

그래서 d&shop 에서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류센터 운영뿐만 아니라 물류를 통해 고객을 만족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물류를 운영에서 서비스로 개념을 전환해야 했기 때문에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물류운영 까지 많은 공부를 했어야 했다. 그 당시  mindmap으로  '통합배송'을 위해 정리했던 문서를 보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 알 수 있다.

본인이 작성한 '통합배송' 마인드맵

그리고  d&shop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d&shop 2.0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2009년 4월 19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로서는 정말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능들을 기획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사 구성원들이 정말 밤낮없이 만들어 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완성돼 어질 즈음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영화관에서 설명회를 했다. 그 당시 최우정 대표께서 마치 스티브 잡스와 같은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했던 기억이 너무도 인상 깊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 기능들은 현재 Mobile 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있는 기능들이다. 페이지를 마치 잡지를 넘기는 것 같이 이동하는 방식이며 원하는 상품을 드래그해서 장바구니에 담는 방식 등 지금 스마트 폰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는 기능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한 것이 2010년 이었고 지금의 모바일 쇼핑 App 이 그때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3년 ~ 5년은 앞섰던 것이 분명하다.


본인에게 있어 d&shop 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커리어 확장이 중요했지만 d&shop 에서의 가장 크게 얻은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소중한  인연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입사했을 2008년에 d&shop은 gs홈쇼핑에 합병이 된 상태였다. 합병으로 인해  본사 ( gs홈쇼핑  )에서 관리자가 파견 나오기 시작했고 본사를 gs홈쇼핑의 사옥이 있는 문래동으로 이사한다는 소문도 돌면서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리고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구성원들의 사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수많은 도전들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 똘똘 뭉쳤던 것 같다. 특히 본인이 속해 있던  '서비스본부'의 구성원들은 더욱 각별했다. 지금까지 15년 직장 생활을 하며 이런 조직은 아직까지 만나보지도 만들어보지도 못했다.  d&shop 을 퇴사하고도 아직까지 꾸준히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 소중한 인연들이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앞으로 이런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d&shop 을 떠나거나 남아있던 그때의 '소중한 인연들'이 모두 너무나 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 , 쿠팡 , 신세계 , 롯데 , 11번가 , 옥션  , gsshop , ns홈쇼핑 , 신라면세점, 골프존 등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 한 곳으로 그것도 주요 요직의 수장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능력도 뛰어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군대를 막 제대하고 물류를 하고 싶다며 입사한 24살의 젊은 청년은 지금까지 나와함께 11번가에서 전자상거래 물류인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d&shop 에서 근무한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리고 떠난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d&shop 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마치 인생에서의 청소년 기였던 것 같다. 인생에서 청소년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때 어떤 지식을 습득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인연들을 만나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그 중요한 시기에 d&shop 에 있었다.


d&shop 에서 근무하는 새로운 쇼핑몰과 물류를 배우고 직접 운영하며 경험을 쌓아갔고 소중한 인연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 물류' 분야로 블로그를 시작 하고 '전자상거래 물류 전문가 그룹'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던 시기도 바로 이때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이직한 곳이다.


그런 소중한 d&shop 이 종료된다고 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이 글을 쓰면서 지난 일들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자료를 찾아 정리하며 잊었던 기억들도 다시 생각났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조만간 그때의 그 멤버들과 만나 d&shop 을 추억하며 소주 한잔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adieu  d&shop!!!   고마웠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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