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만난 AI, 그리고 딸에게 배운 인간의 품격...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이다.
비는 사람을 차분하게도, 때로는 지독하게 감성적이게도 만든다.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떨까.
흩어진 생각들을 막~헤쳐두고 오전 시간을 헤프게 쓰고 싶지않은 마음에..
일단 브런치 앞에 앉아 마음부터 정돈해본다.
지난주 경대에서 장장 4시간에 걸쳐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캡컷(CapCut)을 배워왔다.
영상 편집은 어려운 것이라며 아예 내 삶의 괄호 밖에 두었던 분야였는데... 너댓 시간 만에 간단한 기술을 익혀 영상을 하나 뚝딱 만들어냈다.
음악 생성 프로그램인 수노(Suno)로도 여러 곡을 지어보았다.
오십의 나이에 AI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앞으로 사람은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
예술도, 문학도, 기술도 이제 모든 분야에서 AI가 추격해온다.
몇 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AI를 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무엇인지 자꾸 묻게 된다.
처음엔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조차 부쩍 AI에 의존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제는 단순한 의존을 넘어,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좀 더 나은 활용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도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제대로 부리는 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은 올 연말, 박사 과정 도전을 위해 나를 미리 다듬어놓는 작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논문을 써 내려가는 길에 AI의 도움은 필수적이기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둬야한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기에..
부지런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삶을 통해 충분히 배웠으니까 말이다.......^^
어떤 배움 앞에 오십이라는 나이가 주춤할 무렵,
‘책으로 마음잇기(책연)’ 모임의 한 분이 쓰신 글을 읽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인생의 이모작은 수확의 양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과정이다. 이미 늦었으니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당당하게, 또 겸허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방향이 옳다면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
같은 쉰이라는 나이라서일까, 그 문장 덕분에 나 또한 다시 한번 마음을 챙기게 되었다.
지금 나의 이 분주한 배움은 무언가를 더 많이 거두기 위함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거울 앞에 서서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를일이다...
그런 갈증으로 나는 급기야 서울대학교 인문정보연구소 AI 교육 과정 4기에도 등록을 마쳤다.
최정상의 AI 교육은 또 어떤 세계일까?
4월 말부터 시작될 이 배움의 여정이 나의 봄을 벌써부터 설레게 하고있다~^^!
요즘 이렇듯 배움과 의구심 사이에서 AI에 심취해 있을 무렵.
마음 한 편을 잔잔하게 만드는 건 역시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바로 어제 저녁이었다.
무릎이 안 좋으셔서 잠시 병원 신세를 지고계신 어머니를 보러 딸 지윤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휴일 오후 늦은 시간,
엄마를 만나러 가는 오십 된 딸과
그 딸의 예쁜 딸..
할머니는 뒤늦게 본 막내 손녀가 이쁘다며 안고 또 안으신다.
너무나도 격한 껴안음에 나는 혹시 지윤이가 싫어하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병원 문을 나오며 지윤이가 먼저 한마디를 건넨다.
“엄마, 내가 말했다고 전해줘. 할머니 아프지 마시라고 꼭 말해줘.”
그 말 한마디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지윤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엄마가 너무 고마워. 할머니는 우리 엄마인데, 우리 엄마를 걱정해 주니까...
엄마 지금 눈물이 나려고 해.”
조용한 진심을 전하자 딸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니야 엄마, 내가 더 눈물 나 지금...”
눈물을 닦는 딸을 지켜보는 내 눈에서도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지윤아, 할머니가 어디 많이 아픈게 아니라
단지 무릎이 안 좋은 거니까 괜찮아...
그래도 아프셔서 환자복 입으신거 보니 마음이 그렇지...”
우린 서로 눈물 고인 눈을 마주치며 위로를 건냈다...
AI에게는 결코 통하지 않을, 우리만의 감정이다.
손녀를 껴안으며 위안받는 할머니의 마음과
엄마의 엄마를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딸의 기특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모두의 마음을 확인하는 나의 안도감.
이건.. 0과 1의 데이터로는 학습할 수 없는, 오직 생을 가진 존재들만이 나눌 수 있는 고유한 주파수는가 아닐까한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저 허허 웃는다.
역시 별로다(~ 농담^^)
확실히 남자의 감성과 여자의 감성은 큰 차이가 있나 보다. 아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하고 세심한 마음의 결을 느낀 어제의 시간...
이런 미묘한 떨림을 AI는 알 수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세상을 앞질러가도,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건 결국 사람의 진심뿐인듯하다.
4월의 새로운 배움터에서도 나는 열심히 AI를 탐구하겠지만, 그럴수록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이 온기를 더 소중히 품게 될 것 같다.
수확의 양보다 ‘나’를 알아가는 이 즐거운 이모작을 멈추지않고 소중히 이어가리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지윤아,
엄마 마음을 잘 보살펴줘서 정말 고맙다... 너와 마주친 그 눈물의 온기만큼은 AI가 영영 모르는 채로 남아있기를 바랄께... ^^!
우리 인간은 이렇게나 멋지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