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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전집이냐, 낱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많은 게 좋은 것이라는 환상

 그림책 대화에 대한 글을 올리며, 자주 듣는 질문은 바로 그림책 전집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그림책 자체인데, 어떤 그림책이 좋을지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낱권을 사자니, 아이의 월령과 흥미를 읽어내 고루 읽히기가 어렵고, 전집을 사자니 가격도 비싸고 집에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것이 그림책 전집이냐, 낱권이냐. 그 고민이다.


 그림책 전집과 낱권은 각자 장점과 단점이 있다.

 먼저 그림책 전집은 여러 가지 주제를 고루 다루고 그림 스타일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의 취향과 흥미를 두루 알아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아이의 취향과 관심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24개월 미만의 아기의 경우, 하나 정도의 전집을 들이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24개월 이후 아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관심이 생기는데, 그런 까닭에 취향과 관심이 뚜렷한 아이들은 그림책 전집 중 단 몇 권만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나머지 그림책은 그저 집안 책장의 일부를 차지하는 처럼 여겨지기 일쑤이다. 아주 가끔 한 번 보는 정도의 책에 비용과 공간을 할애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럴 경우 비싼 그림책 전집이 아니라, 낱권 그림책을 사는 것이 낫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림책 전집이 출판되는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책을 선택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림책 전집은 기획에 의해 출간되는 경우이미 출간되어 있는 그림책들을 엮어서 전집으로 만든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림책이 아이의 월령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이 고루 들어있는 반면 그림책의 내용이 대체로 교육적으로 전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마치 교과서처럼 말이다.

36권의 책이라면, 그 책마다 어떤 주제를 다룰지 미리 기획이 되고, 작가가 배분되어 그 주제에 따라 그림책을 만다.


그림책은 반드시 교육적이거나 교훈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문학적인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하나의 '문학 작품'인데, 때로 기획에 따라 구상된 그림책은 정보를 중심으로 삽화를 그린 교과서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책의 주제 역시 분명하다.

 아이 역시 그 냄새를 맡는다. 너무 교육적으로 접근했다 싶은 그림책은 아이가 먼저 알아채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편 이미 출간되어 있는 그림책들을 엮어서 세트로 구성하여 전집으로 파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질 좋은 그림책들을 선별하여 모아 둔 형태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런 류의 그림책 전집이 전자처럼 기획 출간된 그림책에 비해서 훨씬 더 내용이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대화할 꺼리가 넘쳐났다.


 두 가지 출판 방식의 전집을 모두 들인 경험이 있지만, 아쉽게도 두 가지 방식 모두 아이가 모든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지는 않았다. 아이가 꽂히는 책은 5권에서 10권 내외이다. 나머지의 책들은 아이의 관심에서 소외된다.

 이후 책을 사는 방식을 조금 바꾸었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끌만한 그림책을 검색하고 찾아두었다가 실물을 확인하고 한 달에 한 번 낱권의 그림책을 두어 권 사는 방식이다. 사기 전에 어린이 도서관 등을 찾아 아이에게 권해보는 방법도 좋다.


 만약 어린이 도서관 등을 활용해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미리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낱권의 그림책을 골라두었다가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아이의 책장에 넣어준다면 어떨까?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베스트 그림책 컬렉션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림책 전집, 몇 세트를 사면 소전집도 주고 샘플 책들도 많이 준다. 곁들여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은품은 덤이다. 하지만 비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전집을 들이기 전 몇 가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첫째, 다른 엄마들이 모두 구입한다고 해서 구입하는 것은 아닌가?

둘째, 아이가 그림책 편식 없이 어떤 그림책이든 즐겨 읽는 편인가?

셋째, 엄마, 혹은 아빠가 아이와 그림책을 다양한 읽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편인가?


 그림책이 많다고 해서 아이가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 크는 것은 아니다. 전집이 집 안을 잔뜩 장식하고 있다고 해서 아이가 공부를 즐기는 아이로 크는 것도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읽고, 한 가지 주제를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깊이 있게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가 진짜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 큰다. 그리고 한 가지 그림책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의 책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많은 분야의 지식을 두루 알지는 못하더라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과 사고의 깊이가 깊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그림책 대화 연습이 충분히 되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전집을 함께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 고른 전집라면 아이가 관심을 갖고 전집의 책들을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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