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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재능, 쉽게 알아보는 법

아이가 던지는 사소한 질문 속에 재능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몇 해 전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수 백 명의 기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정말 훌륭한 개최국의 역할을 해 주셨으니까요.”


 얼마 간의 정적이 흘렀다. 한 중국인 기자가 말했다.


 “저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의 기회를 드리기로 했다며,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을 했다. 오랜 정적이 흘렀다. 그 누구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질의응답 기회. 한국 기자들은 왜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한 채 얼음이 된 것일까?   

   



 강의를 하다 보면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질의응답 시간을 주지만, 질문을 하는 수강자는 매우 적다. 따로 식사 자리를 만들거나 혹은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개인적으로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한다. 의견을 피력하고 질문을 던지거나, 기존의 내용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생각해보면 필자 역시 공개적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는 “예”, 혹은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도록 길들여져 있다. 대부분은 “예,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정답이다. 질문을 하는 것은 선생님이나 어른들이고, 대답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단답형의 정답이다. 수많은 질문을 무수히 쏟아내던 어린 시절을 지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질문을 잃는다. 심지어 아이들은 질문하는 아이를 미워하기도 한다. 선생님들이 질문이 많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초등학교 교사는 질문하는 아이들은 수업의 흐름을 끊어 놓기 일쑤이고, 교과서에 실린 당위적인 교육 내용에 반박, 또는 반항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자꾸 질문하는 애들은 인성에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질문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연애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궁금한 게 참 많다. 심지어 상대가 자장면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아주 사소한 것조차 알고 싶어 한다. 궁금증이 생기고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상대, 혹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그리고 그 애정을 용기 내어 표현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질문이 많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세상의 어떤 것에,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아이의 질문에 유심히 귀를 기울임으로써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호기심과 관심이 있어야 하고, ‘왜’라는 사고 과정을 요한다. 특히 영유아기 아이들의 질문을 귀 기울여 들으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왜'를 궁금해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왜 그럴까'에 대한 궁금증. 이 궁금증이 공부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는 씨앗이다. 이 사소한 질문 속에 내 아이의 관심과 흥미가 묻어난다. 따라서 조금만 아이의 질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아이가 어떤 분야에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질문을 던지고 해소하는 과정. 이 과정을 제대로 할 줄 안다면 학습을 할 수 있는 역량의 반을 완성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만약 아이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부모가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열린 질문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모나 교사가 질문을 할 때, ‘예/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닫힌 질문 : 수박을 좋아하니?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재미있었어? 

 열린 질문 : 어떤 과일을 좋아하니? 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     


 물론 열린 질문을 던져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발문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만약 아이에게 질문이 생겼다면 그 질문 자체에 관심과 흥미를 가져보자. 그리고 아이가 질문을 할 때 열린 질문으로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다.      


아이 : 엄마, 비는 왜 하늘에서 떨어져요?

엄마 : 비가 왜 하늘에서 떨어질까?     


 이런 질문에서부터 답을 찾아가는 방식은 과학자들이 세상의 법칙과 원리에 대해서 찾아가는 방식과 동일하다. 과학적 원리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이 아이의 재능은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이 질문을 통해 중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구름이 만들어져 비가 내리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법칙과 원리의 결과에 대해서 암기하고 익히는 것보다 과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의 과정을 경험해 본다면 어떨까? 



 

필자의 아이는 늘 숫자와 알파벳을 가지고 놀았다.


 "여기에는 왜 숫자가 적혀 있어요?" 

다양한 물건에 쓰이는 숫자

 아이는 신발 밑에 적혀 있는 숫자의 의미를 궁금해했다. 줄자, 시계, 달력에 적혀 있는 숫자를 궁금해했다. 같은 숫자인데 다르게 쓰이는 상황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다. 처음에는 아이가 숫자의 모양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수 개념, 수학적 지식보다는 숫자 자체의 모양이 좋아서 가지고 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잦은 질문 속에 수의 개념과 수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묻어났다. 

'우리 아이는 수 개념에 관심과 재능이 있구나.'를 발견한 순간이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수와 관련된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아이는 정말 흥미롭게 그림책을 읽었다. 아이의 사소한 질문에 관심을 가진 결과였다.     


  한편 낚시를 좋아하는 지인의 아이는 물고기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는 물고기의 종류와 미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늘 물고기에 대해서 묻곤 했다. 어떤 곳이 물고기가 잘 잡히는지, 어떤 곳에서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사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즐겨 보지 않는 어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아이는 자연을 정말 좋아했다. 그게 눈에 보였다. 그런 아이가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며 지인은 걱정을 했다. 숫자와 알파벳을 좋아하는 필자의 아이를 수학과 영어 공부를 좋아한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낚시나 물고기의 종류는 아는 것은 일반적으로 재능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나 알파벳을 아는 것과 낚시와 물고기의 종류, 그리고 물고기를 낚기 위해 쓰는 미끼의 종류를 아는 것은 사실상 다른 재능이 아니다. 관심 분야가 다를 뿐, 관심 분야의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 나가는 지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알파벳과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는 지적으로 우수한 아이로 여겨지고, 물고기의 종류와 미끼의 종류는 아는 아이는 그저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 아이로 비친다. 내 아이는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그저 그런 분야, 중요도가 높지 않은 분야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물고기와 미끼의 종류를 시작점으로 삼아 그 분야의 질문을 넓혀 가고, 사고 과정에 따라 공부를 해 간다면 이 아이는 생물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생태 학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생태 학자에게는 수학적 역량과 외국어 역량 모두가 필요하기에 학습은 그 범위를 넓혀간다.


 오늘부터 아이의 사소한 질문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중요하지 않은 질문,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질문 속에서 내 아이의 숨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름 아닌 진짜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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