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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짜리 인생을 사는 방법

당신의 에너지와 행복도는 몇 점입니까?

 나는 매일 아침 나의 에너지와 행복도에 대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본다.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점수는 5점 내외였다. 그런데 최근 그 점수가 10점이 되었다. 5점에서 10점으로의 변화, 그 5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는 나만의 미라클모닝 일지 양식이 있다.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매일 아침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아래의 질문들과 마주한다.      


 1. 오늘 나의 에너지와 행복도(10점)

 2. 감사한 일 세 가지 적기

 3. 멋진 하루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

 4. 나를 위한 응원의 한 줄

 5. 어제 생긴 멋진 일

 6. 어제를 돌아보며 보완할 점 한 가지

 7. 오늘 읽을 책

 8. 오늘의 글쓰기 주제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오늘 나의 에너지와 행복도가 10점 만점 중 몇 점인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행복도를 체크하는 이유는 오늘 나의 상태를 점검하여 나를 알아주기 위해서였다. 나를 알아준다. 나의 상태를 돌보며,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돌본다. 너무 체력적으로 무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마음이 슬프거나 외롭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일 년 전 기록해놓은 미리클모닝 일지를 보면 나의 에너지와 행복도는 대체로 5점 내외였다. 5점 평균을 기점으로 하여 그보다 에너지가 높고 행복감이 높은 때에는 6~7점 정도이다. 8점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주 특별한 날에 8점이 적혀 있다. 의식적으로 에너지나 행복도가 높아야 하는 중요한 날, 비장하게 8점이라는 점수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3달 넘게 기획한 원고의 기획안과 원고를 작성하여 출판사에 보내던 아침, 나는 에너지와 행복도에 8점이라는 점수를 써넣었다. 이 점수를 적을 때의 마음이 생각이 난다. 7을 썼다가, 8로 고쳐 쓴다. 9를 썼다가 8로 고쳐 쓴다. 그 1점은 비장함의 점수이다. 7을 쓰면 중요한 하루의 결과가 7점에 그칠 것 같고, 9를 쓰면 왠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1점가량의 비장함과 간절한 바람을 보태어 8점이라는 점수를 써넣었다. 일지를 돌이켜 보면 그런 마음들이 읽힌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와 행복도에 대한 점수가 완전히 바뀌었다. 대부분 일지에서 에너지와 행복도가 10점이다. 그리고 10점이라고 쓸 때마다 스스로 진짜 에너지와 행복도가 10점인가?라는 의심이나 비장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10점이라는 점수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나의 에너지와 행복도는 어떻게 5점에서 10점으로 5점이나 올라간 것일까? 나의 체력이 급격히 좋아진 것일까? 아니면 로또라도 당첨이 된 것일까? 다 아니다. 그저 에너지와 행복도의 점수를 적는 내 안의 기준을 바꾸었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기보다 어느 날부터 나는 10점이라는 점수를 써 나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몸의 에너지 상태와 행복을 10에 두고, 요리조리 평가하여 점수를 깎아 나가는 방식으로 오늘의 상태를 판단했다. 늘 몸은 조금 뻐근했고 좀 더 잠을 자고 싶은 피곤감이 있었다. 그런 나의 상태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그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몸은 항상 날아갈 듯이 가볍고 마음은 도화지처럼 깨끗해야 하는데, 그 상태는 이상적으로나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의 내가 그러기는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그 이상적인 몸과 마음의 상태를 10점에 두고, 10점에서 점수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나의 상태를 기록했다. 때문에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나의 상태가 10점을 기록하기란 불가능했다. 


 최근 내가 에너지와 행복도라는 두 가지 나의 상태를 10점이라고 적을 수 있는 이유는 체력이 급격히 좋아져서도, 행복할 일이 무수히 많아져서도 아니다. 그저 나의 현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내 몸이 느끼는 약간의 스트레스와 근육통, 그리고 찌부등한 느낌.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약간의 불편감이나 스스로의 부족함 등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것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즉 나의 현재 상태를 0에 둔다. 그리고 점수를 깎아 나가는 방식 대신 더해 나가는 방식으로 오늘의 상태를 판단한다. 나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스스로에게 별로 바라는 게 없다. 평가하여 깎아내릴 것 없이 온전해진다. 그래서 나 스스로의 에너지와 행복도는 반대로 10점이 된다. 


 삶의 기준을 100점이 아닌, 0점에 두면 참 마음이 편안해진다. 100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맞이하는 크고 작은 기쁨들을 더해가는 마음으로 산다면 신기하게도 내 안의 에너지와 행복도는 100점이 된다. 그저 덤덤한 지금의 상태가 최상의 상태임을 알아간다.


 나 스스로를 몰아치며 완벽하고자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마음이 늘 힘들었다. 스스로 너무나 부족했고, 내 안에는 열등감으로 가득했다. 그 열등감을 들킬까 봐서 늘 조바심을 느꼈고,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주거나 추켜 세워줄 때는 짜릿한 우월감을 느꼈다. 나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기대어 오락가락했고, 그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100점짜리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참 많이 힘들었다. 그 기준에 따라 보면, 나는 절대 100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히 지적이고, 완벽히 아름답고, 완벽히 친절하며 완벽히 돈이 많고, 완벽히 이해심이 많을 수 있을까? 다시 완벽한 조건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모든 것은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매몰되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 참 편안하다. 평균적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한 친구가 5명 이상이 되어야 행복한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두어 명의 친구가 있고 그것이 나에게는 100점이다.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내 주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완벽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자연스럽게 행복도는 높아진다.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하는 방식으로 바라본다면 있는 그대로 온전한 사람들이다.

 

 온전한 나 자신이 이미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100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에너지와 행복도를 10점이라고 쓰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100점짜리 인생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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