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성 Apr 27. 2020

감정의 나이에 관하여

나의 감정 나이는 다섯 살

우리 대부분 가슴속에는 어린시절 성장이 멈춘 상처 받은 내면 아이가 살고 있다. 방구석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아이가 마음속에 머물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린시절 상처 받았던 비슷한 환경 노출이 되면 웅크린 채 숨죽여 앉아 있던 내면 아이는 자신을 드러낸다. 그때 우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으로 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한다. 이미  아이는 다시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필자의 마음속에도 내면 아이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얼마 되지 않는.  평소 밖에서는 활달하고 외향적 성격이지만 집에만 오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죽하면 장모님이 "자네같이 조용한 사람이 밖에 나가서 어떻게 강의를 하나?"라고 할 정도로 집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밖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달랐다.


가슴속에 숨어 있는
내면 아이를 만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내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관찰을 하면서였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작업을 하던 중에 어린시절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다섯 살인 나는 맨발로 집을  뛰쳐나가고 있었고, 아버지는 어디 가냐고 쫒아와서 나를 잡고 들어서 어깨 위로 올리는 장면이었다. 순간 이 장면은 뭐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이전 기억 다시 떠올려보았다.


우리 가족은 방에서 밥상에 둘러앉아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싸우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화를 내면서 밥상을 엎어버렸다. 이 모습을 보던 다섯 살짜리 어린 나는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싸움이 더 커지려고 하자, 나는 일어나서 소리 지르면서 뛰어나간다. "집에서 나갈 거야" 이 모습을 본 아버지가 놀라서 쫒아 온 것이었다.


이때 이 아이는 부모님이 싸우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이 아니리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부모가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어린아이에겐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행동으로 부모님의 싸움을 멈추게 되었던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 왜곡된 신념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은 중요치 않게 되었다. 오로지 관심은 부모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내면 아이를 만나는 순간, 그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의 감정에 눈치를 봐야 했던 어린시절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아~어린시절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 순간 감고 있던 두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것은 내 안의 어린아이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꼭 그때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른인 나도 함께 울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 마음을 어른이 된 내가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었던 것이다.  따뜻한 눈물이 흐른 후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웅크리고 숨어있던 내면 아이가 가슴속에서 걸어 나가는 같았다. 


내면 아이를 만나고 나서 왜 내가 집에만 오면 성격이 변하는지, 감정표현이 서툴고 무감각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면 아이가 성장하지 못한 채로 가슴속에 있어서, 어른이 되어도 어린시절 원가족에서 했던 습성 때문에 집에만 오면 자신도 모르게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눈치를 보던 말없는 조용한 다섯 살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던 것이다.


나의 감정은 다섯 살에
성장이 멈췄다.


그랬다. 나의 감정은 다섯 살 이후로 성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머리만 어른이었을 뿐 감정은 미숙한 어른 아이였던 것이다. 이 아이를 만나기까지 사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늦게라도 만났기에 나의 감정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나의 감정의 나이는 여덟 살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아직 서툴지만,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느낀다. 그리고 아들을 볼 때면 나보다 감정의 나이가 높은 것 같아 가끔 아들에게서 감정 사용법을 배운다.--;


여러분들도 가슴속에 성장이 멈춘 어린시절 내면 아이가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면 아이를 만나 충분히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아이가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성장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의 거리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