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올 Jan 31. 2024

남편의 거칠어진 손을 보며

내 손보다 고왔던 남편의 손이 거칠어지고 찢어졌다

사 랑

                             -詩 이성선-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시속 화자인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의 가득한 사랑의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나의 당신인 남편에게 시속의 화자처럼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남편에게 결혼을 하고 한동안 참 잘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말도 한동안은 존대를 했는데

이젠 그때만큼 남편을 살뜰히 챙기지 못합니다.

말도 전처럼 고운 말만 하진 않습니다.


사업만 하던 남편은 손이 고왔습니다.

오히려 제 손이 거칠어서 남자 손 같았지요.

섬에 들어와 몸으로 하는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된 남편의 손은

해가 갈수록 거칠어 갔습니다.



추위를 유독 타는 남편이 섬으로 와서 처음 한 일은 낙지배를 타는 일이었죠.

몸으로 하는 일을 해보지 않은 남편에게 선택지가 없었죠. 낯 선 타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일었어요.

제가 일하던 식당 사장님 소개로 낙지배를 타게 되었지요. 그 해 첫겨울을 배에서 통발을 던지고 건져올리며 겨울을 난 남편의 손은

꽁꽁 얼고 거칠어졌습니다.

짜고 차가운 겨울 바닷물과 바람은 남편의 온몸을  휘감았을 테지요.



미리 던져놓은 낙지 통발은 바닷물에 젖어 무게가 늘어 무척이나 무거워집니다.

아차 하다가는 다칠 수 있고 바다에 빠질 수도 있지요.

두 겹 신은 양말이 무색하게 발은 점점 얼어가고 차가운 바닷물에 손은 젖어들고

배가 흔들릴 때마다 왜소한 남편우 몸도 휘청거렸겠지요.


뱃사람이 된 남편의 손은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살이 찢어지고 벌어지고 굳은살이 두꺼워졌습니다.

벌어진 살 사이로 연한 속살이 빨갛게 드러납니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보지만 다시 배를 타고 일을 하게 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터지고 얼어 버린 남편의 손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바닷바람에 얼어 빨갛게 된 얼굴에 지친 몸으로 제가 일하는 식당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던 남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섬으로 들어간 부부의 삶은 노동의 삶이었죠. 그래도 감사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낙지배. 새우 양식장. 농수산물 판매원 등을 거쳐 남편은 트럭 노점으로 농수산물과 천일염들을 팔다가 올해부터 작은 가게 하나를 임대해서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소금값이 좋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남편의 손을 거쳐간 수많은 소금자루들의 흔적은 남편의 거칠어지고 갈라진 손에 남았습니다.

짠 물이 나오는 소금자루를 백 자루 이백 자루 나르다 보면 손은 소금에 절어 쪼글쪼글해지고 거칠어집니다.같이 소금자루를 날라도 어쩐 일이진 제손을 찢어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짠물에 손이 거칠어지만 할 뿐 입니다.


남편의 손은 김장철이 지나고 소금이 덜 나가는 겨울엔 손가락에 살색 반창고를 붙이는 날이 없었는데  며칠 소금자루를 택배로 보내고 가게에 진열하느라 소금자루를 만지더니

어김없이 손가락 금을 따라 살이 갈라지고 맙니다.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처음 남편의 손을 잡더 날 곱디고운 남편의 손에 비해 거칠고 못생긴 내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당신과 살면서 거칠기만 했던 손이 조금은 고와졌는데 곱디고왔던 당신의 손은 얼어터지고 두꺼워지고 거칠어졌네요.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깊은 잠에 빠진 당신을 보며

다짐해 봅니다.

'내일은 어제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여보 잘 자. 사랑해."라는 말을 안 했네요.


아이고 1시가 넘었습니다.

오늘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1 시에 시작한다 했는데 얼른 깨워드려야겠네요.

경기를 보는 동안 손에 바셀린을 발라줘야겠습니다.

고생한 당신의 손에 바셀린을 듬뿍 발라 장갑 대신 양말을 덧씌워야겠어요.

한 번에 다 나을 수는 없겠지만 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손이 덜 아파지겠지요.

"여보, 얼른 일어나세요. 축구 봐야죠."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인생의 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