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물었습니다.
오늘 새벽의 주제는 두 개.
흡사 알고리즘이 탭댄스를 추듯이 상반된 주제가 눈앞에 나왔네요. '행복'을 적으면 젊잖아 보이고, 펑펑 운 것을 적으면 방정맞아 보일 것 같다는 뇌의 본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역시 '눈물'이 부끄럽기 딱 좋겠군요. 오늘 아침은 부끄러움으로 스타트.
최근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가을의 기운이 느껴져 집 앞 천으로 나갔습니다. 본능상 이번이 마지막 가을바람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열심히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숨은 가빠오고, 입김과 마스크 덕에 안경 앞은 뿌옇게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내달렸습니다. 나약해진 체력이 이제 그만하라고 합니다. 좀 쉬었다 가라고...
젝일. 제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이제 제 몸뚱이마저 안 따라 주는 겁니까. 다른 건 다 안돼도 제 몸만은 일심동체 인지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것 같더군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듭니다. 그리고 경제도 힘들지요. 다시 한번 제 맘대로 되는 게 1도 없다는 게 실감됩니다.
갑자기 억울해지기 시작합니다. 뭡니까. 분노장애인 걸까요.ㅎㅎ 뭔걸까요.ㅎㅎ 이 놈의 감정을 누르기 위해서는 몸을 더욱 혹사시켜야 합니다. 냅다 더 뛰어 버립니다. 탈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헉헉"
거칠어진 숨소리와 흘러내리는 땀.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이 더욱 슬퍼집니다. 남들은 다 잘하는데. 못난 놈...
땀도 흐르고, 눈물도 흐릅니다. 에라 모르겠다. 미친놈처럼 눈물을 흩날리며 전력 질주해버렸네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들은 흘러내리고, 붉게 상기된 얼굴은 운동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아무도 모르겠지요. 마치 고해성사하는 비밀의 아지트가 생긴 기분입니다. 맘 놓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저만의 착각인가요.
"저 아저씨 왜 울면서 뛰어?"
옆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젝일.
다시 슬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