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1주일 일본살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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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가이 거리(ゴールデン街)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한 후 신주쿠로 모든 유흥 산업과 풍속 산업이 몰려들어 생긴 골목입니다. 그중 골든가이 골목에는 유곽, 한국으로 말하자면 사창가와 미군에서 흘러나온 암시장 등이 모여있었다고 해요. 그곳에서 슬슬 사창가가 빠져나가고, 남아있는 작은 방 정도의 자리에 하나둘씩 바와 선술집이 들어차 지금의 거리로 자리를 잡았는데요. 1980년도 일본의 버블이 잔뜩 끼어 신주쿠의 땅값이 미친듯이 올랐을 때도 이 거리의 상인들이 이 거리를 지켜낸 덕에 우리가 그 골목을 즐길 수 있는거겠죠.
지난번 여행기에서 써놓은 것 처럼, 신오쿠보에서 알딸딸하게 취한 채 타박타박 신주쿠로 걸어갔습니다. 일부러 빙빙 돌지 않는다면 보통은 가부키초로 나오게 됩니다. 물론 방향따라 걷는 버릇따라 다 제각각이지만, 보통 신오쿠보 역으로 올라가다 왼쪽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니시신주쿠를 거치는 길이 일본의 정취를 느끼기에 제일이죠.
가끔 열차가 지나가는 니시신주쿠 철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신주쿠의 어두운 골목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아침에 도착했던 신주쿠의 환락가 ‘가부키초’입니다. 화려한 번화가 뒷골목을 좀 걸어 올라가다 보면, 드라마 ‘심야식당’의 무대가 된 익숙한 골목이 보이고… 좀만 더 올라가면 골든가이 골목 입구가 보이게 됩니다.
여긴 작은 술집이 300개 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인생네컷 사진 찍는 곳보다도 더 작은 술집들이 하나하나 죄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도쿄에 올때마다 골든가이 골목에 들렀었는데, 이자카야, 음악 바, 일본 전통 술집 등 하나하나 죄다 콘셉트가 다르더라고요.
이번에 처음 들어간 곳은 ‘Deathmatch in Hell’이라는 바입니다. 가게안이 꽉 차있어 비집고 들어가 보니, 이곳은 간단히 말 하면 헤비메탈 바였어요. 좁은 바 곳곳에 팔다리가 토막난 것 같은 잔혹한 인형들이 있고 퇴마 관련 재밌는 상징 소품들도 보이더라고요.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제작한 <웨인스 월드>의 복장을 한 주인이 신청곡을 이것저것 틀어줬는데요. 한국의 리퀘스트바처럼 LP 같은건 아니고 CD나 음원 파일, 스트리밍 등으로 틀어주는 거 같더라고요.
이 가게의 재밌는 점은, 메뉴와 간판에도 써있지만 보통 일본에서 ‘오토시’라 하는 자릿세 그런건 없고 모든 메뉴가 666엔이라는 점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신 분이라면 좀 찝찝하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재미잖아요. 어째 손님은 죄다 외국인인데, 가끔 데이트하는 일본인 커플들이 오가곤 하더라고요.
이곳에서 옆에서 머리 흔들던 독일인, 스웨덴 인들과 낄낄거리면서 노래를 들었습니다. 주인장 뒤의 화면에서는 계속 대결을 하다 사람을 토막치는 70~80년대의 일본 고어 액션 영화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넘쳐나 밖에까지 줄을 서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잠시 막잔을 할 겸 다른 가게로 가봅니다. 그곳은 2010년 도쿄 골든가이 거리에 처음 왔을 때 갔던 위치였는데, 지금은 다른 주인이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마침 어떤 아주머니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어 재밌겠다 싶어 따라들어갔습니다.
솔직히 노래는 그저 그런데, 그냥 분위기가 재밌더군요. 내친김에 저도 기타를 들어 Oasis 노래를 한곡 부르니 가게 안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르더라고요. 마침 제 옆자리에 있던 잘생긴 청년이 자기도 한 곡 부른다며 기타를 들었는데…
아니 이사람이,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한다고 미리 얘기를 하지 이러면 내가 뭐가 됩니까. 에릭 클랩튼 언플러그드에 있는 명곡 <Before You Acussed Me>를 기타치며 기가막히게 부르더라고요. 생각같아서는 몇 잔 더 마시며 이 사람들이랑 놀고 싶었지만, 내일은 일본 여행중 꽤 중요한 일정이 있어 빨리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여러분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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