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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Oct 11. 2020

단어의 진상 #51

단 하루를 살아도

폼 나게     


시궁창을 굴러도

폼 나게     


너처럼 그렇게 한번     


하늘을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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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     

    


<진상의 진상> 날파리     


어느 날 화장실에서 날파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타일 벽에 붙은 날파리를 향해 당연히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잠깐, 멈추었다. 

처음으로 날파리를 자세히 보았다. 

녀석이…… 날개를…… 달고 있었다.

시커먼 하수구에서 겨우 올라온 하루살이 주제에 너무나 세련된 삼각 날개……. 

그리고는 그 날개를 당당히 펴고 열린 창문 사이로 날아갔다. 그 하찮은 것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 것이다.

이 이상한 기분은 뭐지?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현실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세상과 타협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잘 견뎌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인생은 버티는 것이지. 쓰러지지 않고 오래 개기는 거지. 인생이 뭐 별거 있겠어?      


그러다가도 조금씩 깎이고 무디어지는 꿈들이 불쑥 떠오를 때면 밀려오는 자괴감.     


나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그냥 이렇게 그럭저럭 버티기만 할 것인가.

몇 푼 안 되는 숫자에 벌벌 떨고, 초라한 명예에 목숨 걸고, 부질없는 걱정에 걱정을 더하며 살아갈 것인가.

그렇게 늙어갈 것인가.     


어느새 덕지덕지 군살이 붙고 몸집이 무거워졌다. 

과연 나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움켜쥐고 도대체 놓지를 못하는 이 부질없는 짐들을 내려놓을 용기가 있을까.

현실을 벗어던지고 단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     


나는 날파리가 사라져 버린 파란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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