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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Jan 24. 2021

단어의 진상 #61

살다 보니 그런 거였다

무슨 음모랄 것도 없고

무슨 기막힌 운명이랄 것도 없고

그렇게 겁먹고 마음 졸일 일도 아니었다

얼떨결에 잡아 탄 택시 같은 거였다

수저통에서 무심코 꺼낸 젓가락 같은 거였다

파란 선에 살고 빨간 선에 죽는 것도 아니고

짜장면에 웃고 짬뽕에 울 일도 아니었다

그래봤자였다

어찌어찌 사람을 만나고

어쩌다 보니 결혼을 하고

하다 보니 애를 낳고

그러다 보니 늙어가는 그런 거였다

무슨 엄청난 인연도 아니고

무슨 기구한 팔자도 아니고

그저

바람에 날려 떨어진 땅에

뿌리를 내린 꽃씨 같은 것이었다

울고불고할 일이 아니었다

저기 수많은 불빛들 아래

밥 냄새 된장냄새 풍기는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그저

사는 거였다

물 흐르듯

그저

사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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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진상의 진상> 선택     


살다 보면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 그 선택 앞에서 누구나 고민을 한다.

파란 선이냐 빨간 선이냐에 따라 목숨이 달린 것처럼 마음을 졸인다.

점심 한 끼 먹는데도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갈등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하나를 얻고 하나를 버린다는 것.

무엇이 정답인지 당장 알 수 없기에 선택은 반드시 후회를 동반한다.

이 선택이 맞았을까? 저 선택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인생에 있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들의 결과를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돌아다보니 나쁜 선택이었고 그런 선택들이 꼬이고 꼬여 이런 운명을 맞았구나.

저걸 선택했더라면, 저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때 그걸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사람인 이상, 후회와 미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완벽한 선택이 있을까? 계속해서 바른 선택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이번에는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살다 보니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정답은 선택 자체에 있지 않다.

내가 한 선택이 바른 선택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바른 선택이 되려면 그 선택이 맞았다고 믿는 것이다.     


인생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떤 거대한 음모나 기구한 운명의 결과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인생일 뿐이다.

나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사는 것.

그것밖에 답이 없다.     


세상에 나쁜 선택은 없다.

그러나 나쁜 후회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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