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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는맘 May 11. 2020

내 아이는 1꼬봉이었다 (2)

그 무리에서 빠지면 뭔가 자기가 시시해질 것 같다고 했다

아이의 꼬봉짓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일재의 잔재라는 이 꼬봉이라는 말은

잘도 만들어냈다


부하라는 우리말은

뭔가 개인의 의지로 우두머리의 지시를

충성스럽게 따르는 느낌이라면

이 꼬봉은

개인의 의지유무와 별개로

강압에 분위기에 휩쓸렸음에도

나쁜짓은 젤로 잘하는 앞잡이 같은 느낌이니

잘못된 단어를 왜 쓰세요  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짓이니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못된 말을 좀 쓸게요  하고 말하니 이해 바란다


여튼 내 아이의 꼬봉짓은 날이 갈수록 가관이었다

도처에서 목격되는 아이들의 왕따 짓과

돌아가며 꼬봉짓을 하다

괴로워하는 아이가 속출했다


내 아이에게도 다른 아이를 괴롭힌 이유와

미안하다고 말한 이유를 동시에 물었더니

울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안하면 안놀아주고

저한에 화를 더 많이 내요  

그리곤  애들한테 저를 때리라고 시켜요”


“그럼 걔랑 놀지마  

다른 친구도 많잖아”


아이는 더욱 크게 목놓아 울며

“나는 걔가 너무 좋아요”


이를 어쩌랴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어떤 옴므파탈인가


그 무렵 다른 큰일이 일어났다

선생님이 전화가 와서

(워킹맘은 낮시간 선생님의 전화가 얼마나

심장이 쿵 하게 만드는 지 알거다)

내 아이의 입술이 터지고 모래가 들어갔으니

병원을 가보라는 것이다

상황인 즉슨 내 아이가 넘어졌는데

친구들이 모래를 차서  내 아이 입에 들어가고

입술에도 모래가 박혔다는 것이다

부랴 아이를 델러가 아이를 마주하는 순간

나도 눈물이 터질지경이었다

그러나 병원에 가니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모래를 제거하고 연고 정도만 바르면 된다고 했다


아이에게 자초지정을 물으니

넘어지고 났는데  

다른 아이가

아이쪽으로 모래를 찼다는 것이다

울면서 하지말라는 내 아이에게

모래를 차서 입에 넣었다는 이야기에

그리고 걔가 시켰다는 이야기에

나는 폭발했다


그런데 따질수가 없었다

아이가  다 사과했고 화해했다고

울며 불며 매달리는 통에

그리고 모래을 찬 아이를 혼낼수도 없고

대장질을 하는 아이가 시켰다는 것을

밝힐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그 아이의 엄마를 수소문해 연락처를 알아내고

다은 아는 언니들을 동원해 커피를 한잔하곤

“내 아이가 당신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함께 놀아도 되냐

아  일하는 시간이면 내가 픽업을 해서

간식도 먹이겠다”

(아울러 모든 것을 밝혀내겠다)


이렇게 해서 평일 하루 무려 연차를 내고

남의 아들을 픽업하고

정성스레 가장 핫하다는 방방장을 섭외하고

내 아이와 노는 무리 몇명을 섭외해

(무리에서 자연스러운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니)

방방장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준비했다


그런데 참 놀라웠다

대장질을 하는 그 아이는 정말 예의가 발랐다

눈이 매섭기는 했지만 유별날게 없는 아이였다


노는 내내 그랬다

내 아이가 유독 그 아이를 좋아하는 느낌 말고는

다를게 없었다


그런데 사십분쯤

지났을까

이상기운이 감지됐다


대장질을 하는 아이가 삐진모양이었다

다른 애들은 이내 달래다가 나가 떨어져

지들끼리

노는 모양인데

유독 내 아이만 그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두고 보려고 하다가 참을수 없어

가까이 갔다

“왜그래 얘들아”

내가 다가서자마자

그 대장질을 하던 아이는

내 아이에게 “나 괜찮아  같이 놀자”

하고 돌변했다

내 아이는 너무너무 좋아하며

버린 강아지를 주인이 다시 찾으러 왔을때

떨어져나가게 꼬리치는 강아지처럼

좋아했다


“아 내 아이가 문제구나

내 아이의 연연함이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냈구나”

더 볼것도  확인할 것도 없었다

대장질을 하는 아이가 빌런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태는 분명 내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아이에게

천천히 물었다

“너한테 다른 친구를 괴롭히라고 하고 니가 하기 싫을 일을 시키고다른 친구에게 너를 괴롭히라고 하는데 기분이 괜찮아?

그런데도 니가 좋으면 엄마는 말 안할게”

9살 내 아이에게서 보지 못하던 묵직한 침묵뒤에

내 아이는 입을 뗏다

“나도 싫어요  

그런데 얘들하고 안 놀면 뭔가 시시해질것 같아요”

아  조금 다른 이유구나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이제 내 아이는 무리의 핫함과

박탈의 시시함까지 알았구나

“그럼 어떻게 할까? 그런데 엄마가 보기엔

그건 친구는 아닌거 같아

너는 부하처럼 보여

말을 안듣는 부하를 대장은 싫어할꺼야

언제까지 말을 잘 듣는 부하가 될수는 없잖아

니가 언젠가 말을 한번이라도 안 들으면

너는 적이 될거야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카는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알아들었는지 알수 없었다

대신 아이는 길게 한숨을 쉬고

“엄마  전학갈까요?”


2학년이었다  초등2학년

9살

중학교 2학년이 아닌 초등 2학년

그 아이가 전학이라니


아이는 생각하는 것 보다 심각하게

이 상황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어째야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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