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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Mar 21. 2022

내가 화장품 홍보대행사에 들어간 이유

다시,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다.

동대문 DDP 구찌 전시회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

몇일 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DDP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찌 아키타이프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원래 예상에 없던 전시였는데 DDP를 지나가던 길에 건물 벽에 크게 붙어 있는 핑크색 현수막을 보고 홀린듯이 이끌려 바로 현장에서 전시회 예매를 했어요. 제가 커다란 핑크색 현수막을 보고 홀린듯이 구찌 전시회를 보러간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 동대문운동장 DDP 같은 공간에서 에뛰드의 핑크 플레이 콘서트를 진행하는 일을 했었기 때문이에요. 그때, 저는 에뛰드의 브랜드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 대행사의 직원이었어요. 그 전에 있었던 연예기획사에서 대리라는 직급을 달고 퇴사를 했지만,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원으로 입사했어요. 그렇게 연예기획사 홍보팀 대리에서 화장품 홍보 대행사의 직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홍보 대행사에 있는 동안에 2년 연속으로 핑크 플레이 콘서트를 회사에서 진행했었어요. 그 덕분에 큰 행사도 2번씩이나 진행해보아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고, 그 경력은 저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업무가 되어 이직할 때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동대문 근처를 지나갈 때 마다 핑크 플레이 콘서트를 했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서 잠시 머물다 가곤 합니다.

에뛰드의 핑크 플레이 콘서트는 규모도 컸고, 준비하는 과정도 꽤나 힘들었어요. 전체적으로 패션쇼 컨셉으로 진행되었는데, 각 메이크업 룩마다 모델들이 메이크업에 맞는 의상을 입고 워킹을 하면서 스타일을 보여주는 형식이었어요. 그래서 따로 유명한 스타일르스트까지 섭외해서 진행했습니다. 메이크업 룩과 어울리는 의상 선택이 중요했는데, 특히, 우리 맘에 들더라도 광고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 중에서 레드 의상 하나 때문에 계속 애를 먹었어요. 여러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고, 자라나 H&M 같은 스파 브랜드를 뒤져서 의상을 제안해도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저희 팀은 총 4명이었는데, 야근하면서 총 2명, 2명이 2팀으로 나눠서 밤에도 여는 옷가게를 찾아다녔어요. 그래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급기야는 행사 전날까지 동대문에 있는 쇼핑몰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어요. 아마 누군가가 우리를 보았다면 빨간색 옷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때 그렇게 동대문에 있는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도매 물건만 떼는 상점을 처음 가봤습니다. 동대문 두타 같이 일반적인 소매 옷가게만 가보다가 도매 쇼핑몰은 처음 가봤는데 대뜸 가게 주인이 어디서 왔냐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서 왔냐니? 왜 그걸 묻지? 어디서 왔는지랑 옷 사는 거랑 무슨 상관임?'이라고 생각해서 꽁해 있었더니 팀장님께서 도매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알고는 그렇게 물어보는 것 같다고 말해주어서 궁금증이 해결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겠죠.  


2017년 핑크 플레이 콘서트 전날에는 아예 밤 늦게 일이 끝날 것을 예상하고 DDP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묵기도 했어요. 행사 전날에 일을 다 마치고 장충동 족발을 포장해와서 맥주와 함께 먹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겨우 일어났어요. 행사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긴장이 풀렸던건지... 눈을 뜨자마자 부랴부랴 준비하고 바로 튀어 나가서 행사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래 사진이 바로 그 날 촬영된 저의 모습이에요. 제가 나온 사진이 에뛰드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것이 신기해서 캡처해서 저장해두었답니다.  (하트는 제가 표시한 것입니다!)

그때 정말 야근도 많았고 잠도 못자고 몸이 힘들었지만 그때 아니면 또 언제 그렇게 큰 행사를 해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제가 있던 홍보 대행사가 진행했던 2018년 핑크 플레이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핑크 플레이 콘서트는 안타깝게도 더이상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저는 타이밍이 딱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때 같이 고생했던 제 사수였던 대리님과 동기는 아직도 연락하면서 업계 이야기를 나누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고생을 같이 하면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서 더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답니다. 역시, 옛날 얘기가 제일 재밌습니다.


메이크업 쇼나 인플루언서 초청 행사 같은 경우에는 홍보 대행사에서 전적으로 맡아서 하지만, 핑크 플레이 콘서트의 경우에는 '콘서트'라는 형식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제가 있었던 홍보 대행사가 메인 대행사인 상황에서 공연기획사와 함께 진행을 했습니다. 콘서트의 실제 구현은 공연 기획사에서 진행했고, 그분들이 장소 대관이나 가수나 모델 섭외, 장치나 무대 세팅 등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홍보대행사였던 저희가 한 일은 전체적인 컨셉 아래에서 어떻게 그 컨셉을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틀과 실제 실행 단계의 세세한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었어요. 규모가 큰 행사였기 때문에 대표님과 팀장님이 전체적으로 방향을 잡아주면, 팀원들이 세세한 실무 부분을 담당하는 식이었습니다. 티셔츠나 손목띠, x배너같은 각종 설치물들의 디자인,각 부스별로 설치해야하는 집기들(화장품 자판기, 테스터 바, 메이크업 테스트 존 등),안내 책자 메이크업 북 제작,관객들에게 제공될 간식 준비, 각종 관련 업체 컨트롤 등의 일을 했어요. 물론 공연 기획사와 같이 진행한 행사였지만, 어떻게 그렇게 큰 행사를 4명이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아직도 신기합니다. 


핑크 플레이 콘서트에 참석하면 에코백에 안내 팜플렛과 간식, 음료를 넣어서 관객들에게 나누어 줬는데, 유리병에 담긴 음료가 협찬으로 들어왔었어요.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유리병에 들어 있는 음료가 컬러도 예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진행하자고 했지만, 저희 쪽에서는 유리병은 깨질 위험이 있어서 반대했지만 결국 유리병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날 결국 사달이 나고야 말았죠. 병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야 만 것입니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행사 때에는 이렇듯 항상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홍보 대행사 직원은 멀티플레이어여야 합니다. 제안서나 보도자료 작성처럼 사무실에 앉아서 문서 작업을 해야하는 일도 많지만 행사를 준비할 때에는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합니다. 제가 홍보 대행사에 다니면서 그동안 앞으로 만나야할 퀵 기사님들을 다 만나본 것 같아요. 핑크 플레이 콘서트를 하면서는 DDP 관계자들은 물론, 지게차 아저씨, 폐기물 처리 업체 담당자들, 경호업체 직원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그리고 건물에 하역장이라는 곳에서 따로 화물차가 오고 가면서 큰 물건들을 옮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몸도 힘들었고,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뻗기 일쑤였고, 클라이언트의 갑작스러운 요구를 처리해야 하느라 애먹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그때 그렇게 수많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그 이후에 이직했던 회사들에서 그 누구보다 민첩하게 행사를 잘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제가 연예기획사에서 나오고 나서 화장품 업계로 이직을 결심한 이후에 취업 사이트에서 '화장품' 분야를 선택해서 보던 중 국내 한 유명 화장품 기업의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 홍보를 맡고 있는 대행사의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희 화장품 업계로의 도전이 시작되었어요. 그때 홍보 대행사에 지원한 이유는 일단, 유명한 브랜드 홍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끌렸고, 그런 경험을 잘 쌓으면 나중에 이직할 때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홍보 대행사에서 2년 정도 근무하고 그 경력을 잘 살려서 해외 뷰티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홍보 대행사에서 일했던 경험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던 경험과 비슷한 것 같아요. 수학 문제도 어려운 문제를 계속 풀다보면 2차 방정식 같이 쉬운 문제는 저절로 풀리는 것처럼, 홍보 대행사에서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던 경험들이 저에게 하나의 훈련이 되어서 그 다음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대행사라고 하면 '을' 입장에서 굉장히 힘든 업종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그 요구에 맞춰서 일해야하기 때문에 기업의 인하우스 홍보팀보다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위를 보면 홍보 대행사에서 경력을 쌓고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한 번에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없다면 차선책을 선택해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 도전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너무 기준이 높은 기업, 누구나 다 가고 싶어하는 기업을 바라보게 되면, 그 기업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클 것이고, 또 계속 그런 기업에만 도전하다가 세월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직종을 정했다면 너무 오랫동안 공백기를 가지는 것보다는 일단 도전해보고 경력을 쌓아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그 기업아니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면접에서 탈락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절망에 빠지게 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 기업이 아니어도 내 능력을 인정해 줄 기업은 많고 일자리는 많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은 나와 맞지 않아서 인연이 거기 까지인 거에요. 나와 더 잘 맞고, 나의 능력을 알아봐 줄 기업을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되는 날이 옵니다.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습니다. 


우리의 미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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