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수업을 하며, 내가 먼저 꺼내 본 아이의 말
“엄마 나는 꼭 맛있는 녀석이 될꺼야!”
5살 무렵, 아이가 꿈이 생겼다며 한 말이다. 그 꿈을 이루면 하루종일 맛있는 것만 먹으러 다니고, 많이 먹었다고 뭐라고도 안하고 오히려 칭찬받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큰 아이가 작은아이에게 말한다.
“맛있는 녀석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녀석이지! 누가 너를 먹냐? 맛있는 녀석이게!”
작은 아이는 먹는 것에 스트레스가 있었나보다. 맛있는 녀석을 꿈꾸는 이유가 많이 먹었다고 칭찬받는 것 때문이라면, 부모로서 반성을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소아비만이 문제라는데,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둘째에게 자연히 한 소리 더 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6살 어느 가을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입이 서운해
친구가 없어서
밥풀이랑 친구들을 좀 많이 넣어줘야겠어.
입이 꽉차야 안 서운하지.”
입 안이 꽉 차게 먹어야 행복했던 아이는 입 안 가득한 행복이 없었는지 그 느낌을 입이 서운하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자신의 밥 제조 과정을 말로 하면서 먹방을 한다.
“입이 서운하지 않게
친구들을 보내줘야지
김 위에 밥 깔고
소고기 얹고
김치 올리고
깍두기 올리고
마늘쫑 올리고
파인애플 올리고
김으로 덮어서
햄버거처럼
꿀꺽!
와! 맛있다.
엄마도 해줄까?“
아이가 그렇게 크게 만든 것을 정말 입으로 넣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맛있는 녀석들의 '한입만’ 코너를 너무 좋아해서였는지 요령껏 잘 먹는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순간, 나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았다. 아이는 그 후로도 10개나 똑같이 더 만들어 먹었다. 아이가 입이 서운하지 않을만한 김밥을 제조하며 계속 말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엄마 미소를 띄며 말이다. 이 메모를 남겨둔지 5년 시간이 지나 열어 보니 그 날의 기억도 새롭지만 아이의 언어는 한 편의 시 였던 것같다.
우리의 아이들이 순간순간 내뱉는 말들은 한 편의 시다. 때론 게을러서, 때론 기억을 못해서 놓친 그 언어들을 붙잡아 주고 싶다. 게으름을 탈피하려는 엄마의 몸부림짓!